키 작은 줄기에 꽃이 피었습니다.
화단을 표시한 돌맹이 틈에서
붉은색과 흰색, 노란색과 자주색 꽃을 피우는 채송화가
속치마같은 야들야들한 꽃잎을 이고 여름내내 꽃을 피워 댑니다.
해가 뜨면 피었다가 밤에는 오므라드는 채송화가
시골 마당 가득히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여름을 살아냅니다.
도란도란 모여앉아 종알종알 얘기를 나누는 채송화는
마치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아름답지요.
옛날 보석에 눈이 먼 어느 여왕이
자신의 백성들과 보석 한 개씩을 맞바꾸다가, 보석이 한 개 남았는데요.
백성이 남지 않자 여왕은 자기 자신과 보석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여왕이 마지막 보석을 손에 받아 쥔 순간 보석들이 폭발해버렸고
보석상자가 일제히 터지면서 모든 보석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장미석은 분홍 꽃을, 루비는 붉은 꽃을, 자수정은 자주 꽃을,
오팔은 크림색 꽃을,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흰 꽃을 피웠습니다.
이게 바로 채송화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간혹 소낙비가 내리면 꽃잎이 다칠까 염려를 하지만
여린꽃잎은 비를 마시고 다음날이면 비를 닮아 더욱더 싱그러웠지요.
쪼그려 앉은 듯 골목어귀와 여름철에 화단 맨 앞에서 볼 수 있는 채송화는
잎이 두꺼워서 무더위 속에서도 잘 참고 견딥니다.
또,가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몇 포기만 심어도
화단을 가득 채우는 꽃인데요.
가마솥 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쾌지수가 8십을 넘어 두명 가운데 한명이 화가 나 있을 정도인 지금,
여름꽃밭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전하는 채송화처럼
유쾌하게 살아 가시는 여러분 되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