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사이가 있다.
하나는 나랑 나이가 같고, 하나는 차이가 많이 나려고 한다.
허나 정신연령 관계로?
셋이 흉허물없이 논다. 잘 논다.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노는 물이 달라지다보니
억지로 모임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 큰 언니의 취향을 따라 가느라 본의 아니게 호기심반
불란서 레스토랑을 가서 풀코스로 스테이크를 썰어보기도 하고
호텔 일식당에 가서 깔끔하면서 달큰한 일식도 이것저것 먹어보고
때로는 한적한 곳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가 보는 등
입을 호사시키느라 무진 애를 써보다가
바람 부는 날엔 대학로에서 뮤지컬도 보고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을 관람하기도 하면서
모처럼 문화인이 되어 고상을 떨어 보기도 했었다.
평소엔 직장 다니랴 살림 하랴 각자 애쓰고 수고들을 하였으니
이날 만큼은 모여서 소비도 기분도 한단계 업(up)시켜 보자는 취지에서이다.
돌아가면서 그날의 비용을 2차까지 혼자서 독박쓰는데
1년에 2-3번이긴 해도 돌아서서 혼자 계산을 해보게 된다.
-이 돈이면 식구들과 몇끼는 사먹는데-
-이리 좋은데 식구들과 같이 와야 하는데-
또 폐단인 것은
메뉴를 주로 목소리 큰 사람이 즉흥적으로 정하게 되는데
매번 드는 비용이 다를 뿐 더러
유독 어떤 한사람 차례만 오면 더욱 거하게 먹는 것 같으다는 것이다.
2차도 빡센데 가고.
그게 다른 사람이면 괜찮겠는데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 땐 기분이 거시기해진다.(내 착각이겠지?)
나? 처음에는 색다른 경험이 주는 재미에 찬동을 하였지만
지금은 깔끔한 일품요리를 실비로 먹을 수 있는 입소문이 나 있는
조용하면서도 소박한 식당에서
보다 맛깔스러운 수다를 즐기고 싶을 뿐이다.
거기에 입가심으로 차 한잔 정도 마실 수있다면 아주 오케이다.
물론 여기에 누구 한사람 튕기지 않는 셋만의 공기돌 놀이(수다)가 평화로이
진행되어야 한다.
바로 어제도 갑자기 연락이 와서(어디에 오라는)
버스타고 택시타고 물어물어 찾아 갔더니
언니왈 날도 덥고 운동을 해서 그런지 식욕이 없다고 하면서(보틍 식욕이 더 나지 않나?)
평소와는 다르게 훨 저-렴한 백반집으로 안내하네. 우띠
더운날 먹어주면 좋을 삼계탕 집도 옆에 있더만. 나참. 지 입만 입인가.
이런이런... 차비도 안 나오겠는 걸.
그래도 맛있긴 했다. 먹으면서 한다는 얘기
요즘 **(일식당)에 한동안 안 갔더니 전화를 걸어서 얼마나 오라고 사정하던지... 얘들아.. 거
기 또 안 갈래... 맛있잖아...
맛있긴... 개뿔...
난 안간다...
다음 메뉴는 내가 정한다.
내가 낼 차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