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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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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가 없으려니까......


BY 蓮堂(그린미) 2005-07-23

휴가 갈 곳을 미리 둘러 볼려고 남편하고 같이 강원도에 인접한 청옥산 자연휴양림을 가는도중에 몇번의 검문을 받았다.

며칠전  군 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탈취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서 몽타지를 걸어놓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세워서 일일이 범인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군,경찰을 보니 몇년전에 기분 나빴던 기억이 떠 올려졌다.

 

불교대학을 다닐 때의 일이었다.

아마 이때쯤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강의가 끝난 밤 9시경에 불교대학 친구들과 외곽지에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았다.

친구들이라고 해서 나이가 비슷한게 아니고 들쭉날쭉하게 높낮이가 틀렸지만 그래도 한가지 공통점 - 불교 신자 - 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승용차 정원을 꽉 채운 다섯명이 밤 11시까지 앉아서 제법 운치있는 야경과 가슴속을  휘휘 젖는 추억의 노래에 흠뻑 빠져 있다가  늦었다고 서두르는 친구를 앞세워서 부랴부랴 그 카페를 나왔다.

 카페의 그 고즈늑한 분위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차안에서도 화기애애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먼발치에서 붉은 야광 지시봉이 아래위로 움직이는게 보였다.

즉, 차를 세우라는 신호였다.

운전석에 앉았던 시청 계장님 사모님이 조심스럽게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었더니 검문을 하던 순경인지 의경인지 구분이 안가는 앳된 검문자가 경례를 붙힌 뒤 차안에 고개를 들이밀고는 차안을 휘 둘러 보는 것이었다.

그때 난 뒷좌석 가운데에 앉아 있었는데 안을 들러보던 이 검문자의 시선이 내앞에서 딱 멈추는 것이었다. 

순간 지은죄도 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소리를 냄과 동시에 "아줌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요?"

왠지 가슴이 파르르 떨리면서 말을 더듬은 것 같았다.

죄를 지은 사람은 우체부 모자만 봐도 시껍을 한다고 하더니...........

"아줌마, 저 쬐매 봅시다요"

 차문을 열고 내리라는 시늉을 해서 우리들 다섯명이 몽땅 내렸다.

네사람은 제쳐 놓고 나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했다.

하필이면 그때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이게 또 더 수상 쩍었나 보다.

한참을 이것 저것 묻더니 주민등록 번호를 대라고 해서 열 세자리를 또박또박 불러 주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내 인적 사항을 모조리 불러주는게 아닌가.

겁에 질린 친구들이 나에게 무슨 일 저질렀냐고 오히려 물었다.

기가 막히고 와들 거려서 난 아니라고 겨우 모기만한 소리만 냈을뿐 정말 지은죄 없는가를 새삼 기억하려고 애를 쓴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통화 하던 그 사람이 나에게 정중하게 거수 경례를 붙히더니 죄송 하다고 하면서 곁들이는 말이 '하도 비슷하게 닮아서요.........'라고 했다.

안도의 숨을 쉬면서 무슨 일이냐고 정식으로 되물었다.

"사채업자가 살상을 내고 거액을 챙긴 뒤 도주해서 비상이 걸렸는데요........."

면목없어 하는 그 사람의 말을 뒤집어 보면 내가 그 사채업자를 닮았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이고.

오뉴월 염천에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걸 다 닮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