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춘기시절 술에 취해 들어오시던 아버지는 늘 엄마와 말다툼을 하셨다. 말다툼 끝에 오가던 폭력... 기억속의 지우개는 30여년의 기억을 흐릿하게 지워 조금 남겨놓았나 보다. 그때 너무도 미웠던 아버지... 엄마는 도데체 왜 저런 남자와 살까 생각될 정도로 아버지가 미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버지와의 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었다. 9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흐느껴울며 흘렸던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내게 남겨놓지 않았던 정 때문이 아니였을까.. 두분의 사시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않으리라... 힘없이 당하면서 살지는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헌데.... 세상사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 있을까.. "아빠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며칠째 술로 인사불성이 된 제 아빠를 보면서 온갖 언어폭력으로 나를 대하던 아빠를 보고 딸은 그리 말했다. 어디 통하는 말이 있으랴.. 술에 취해 있을땐 모두가 함구하고 있어야 함을 이젠 살고있는 딸이나 내가 너무도 잘 아는것을.... 참다못해 딸은 아빠에게 악다구니를 퍼부어댔다. 울며 아빠에게 말하던 딸의 눈에서 빗물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죽이고 싶지만 죽일수가 없었다. 집을 박차고 나가 모든것을 끊고 싶었다. 정말 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식이 있음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들아이는 서울로 올라가 하숙하면서 우리가 어찌사는지 전화 한통화 없다. 철이 없음인지...도통 전화를 안하는 녀석... 성격탓이기도 하지만 섭섭함이 먼저 앞선다. 3년을 봐 오면서 지긋지긋했을까.. 유월 한달을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잠시 비추던 햇살도 약올리듯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딸아이는 너저분한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제 가슴에 든 멍을 지우고 있나보다. 털털한 성격에 벗어놓은 옷들이 여기저기... 헤어드라이가 그대로 전원에 연결된 채로, 머리카락은 수도없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다....늘... 내가 화가날때 마구 손빨래를 해 대듯 딸아이는 방정리를 하고 있었다. 자기가 불쌍하지도 않냐고 아빠에게 통사정을 하였던 아이는.. 다시 철없는 아이로 돌아가 학교에 등교하였다. 이제 밝은 햇살이 비추었기에... 그는 지금 병원에 다니고 있다. 치유를 하기 위해... 햇살 뒤에 먹구름은 반드시 또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힘든 상황을 벗어났기에 지금 현재만 생각한다. 반짝 빛나는 햇살 속에서 마음이 편안하면 그 뿐이다... 난....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훗날 그리 생각할런지... 아니면 잘 견뎌냈다고 생각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