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를 찾아서'라는 명제로 떠난 문학기행, 유월의 땡볕더위가 고맙게도 잠시
피해가고 있었다. 전날 억수같이 내리던 비는 우리가 밟는 여정을 위해 비껴가는 행운
을 얻는다.
장마철에 떠난 여행, 마음을 살찌우는 여행에 우리 모두 동참하며 탐방지 홍천으로 떠났
다. 코스모스와 흡사한 노란 금계국이 초여름 고속도로 주변에 가녀린 허리 흔들며 시선
잡는다.
향기를 듬뿍 마시기 위해 일탈을 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가 엿보인다. 비록
겉모습일지라도....
누구나 富者이길 꿈꾼다. 그것이 재물이든 마음의 풍요든 축적하여 富해진다면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라 말할 것이다. 마음의 풍요, 사람들은 그 풍요로움을 얻기 위해 어떠한 삶
의 방식을 택하고 또한 어떻게 성공했을까.
혼자만의 상념굴리기가 멈출때면 입안의 언어는 밖으로 튀어나와 옆사람과 수도 없이 부
딪치며 도란도란 왁자지껄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유월의 짙푸른 녹음이 차창 밖을 물들이며 그 색을 더해가고 있었다.
작은 떨림과 설레임으로 홍천 '아로마 허브동산'과 오늘의 하이라이트 'Peace Of
Mind'의 만남이 시작되는 시간, 버스에서 내리니 홍천 골짜기 비가 내려 불어있는 도랑
물이 콸콸콸 흘러 내려가고 있다. 그 옆에 있는 수초들의 힘없는 반항이 안쓰럽기만 하
다.
허브의 대표적인 식물 로즈마리 밭이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었다. 강한 향이 진동을 한다.
사알짝 건드려 은은한 향기를 날려주는 허브는 건드리지 않아도 갖가지 향을 공급하고
있었다.
산자락 아래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로마 허브동산과 전원까페, 공기맑은 전원의 풍
광에 넋을 놓는다. 비닐 하우스에 들어가니 마치 제가 허브인냥 입구에서 화려한 모습으
로 일행을 맞이하는 부겐베리아, 향기없는 열대식물이 내뿜는 허브향을 도둑질하고 있었
다.
로즈마리, 민트, 펠리오트로프 등 다양한 허브종과 패션플라워라 불리는 시계꽃, 아부틸
론, 한련화 그외 화려한 꽃을 보며 탄성 지르고 사진담느라 여념이 없다.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그야말로 허브동산이다. 각양각색의 허브종류로 나누어 꽃밭을 이루어 놓
은 동산에서 저마다의 향을 열심히 만들어 내며 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구경하기에 바
빠 한참을 꽃 들여다 보다 시간이 지체된 것 같았다.
다듬어 놓은 돌계단 하나하나 밟으며 주변 정경을 바라보니 이곳에 터 잡아 까페를 차린
주인공이 못내 부러웠다. 눈앞에 붉은 지붕의 까페와 아래에는 쌓여진 통나무 원모양에
다양한 색으로 연출한 모습이 그들만의 센스를 살짝 보여주고 있는것 같았다.
문앞, 만사 귀찮다는 듯 마룻바닷에 얼굴을 박고있는 개 한마리가 가족의 일원으로 대면
하고 있다.
실내로 들어가기 전 외벽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사언이구의 한자어가 쓰여져 있었다.
讀萬券書 한 권의 책을 읽고
行萬里路 만릿길을 간다
내 삶의 방향에 슬쩍 집어 넣어도 될 문구 하나가 발목을 부여잡는다. 책과 여행이라는
여유가 질 높은 삶의 비타민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실내로 들어서니 빵굽는 냄새와 진
열해 놓은 장식품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벌써 일행은 자리잡고 차와 빵을 먹고 있었다.
보도매체와 월간지에 소개된 바 있는 CEO 경영인 출신의 김종헌 사장이 수더분한 차림
으로 인사를 한다. 억대 연봉의 전직을 툴툴 털고 깊은 산골에서 북 & 베이커리 까페를 운
영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생에서 돈보다 중요
한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 말했
다. 어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 하지만 그런 진정한 행복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쫓기듯 살아가는 생의 수레바퀴 속에서 바둥거리며 아귀다툼하느라 정신
없는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어려운 행복찾기가 아닐까 싶다.
잘 우러낸 허브차 한잔에 갖 구워내 얌전하게 썰어져 나온 빵을 먹으며 실내를 둘러본다.
평생 모아온 책과 음반, 서화 그리고 여행 중에 틈틈히 수집한 애장품으로 실내를 아기자
기하게 장식하여 상업적인 냄새보다는 내 집처럼 편안함을 주려 애쓴 듯 흔적이 보인다.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르름 가득한 산과 고서들 그리고 차 한잔에 먹을수 있는 먹거
리, 조용할 때 한번 더 들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빵 굽는 아내와 CEO 남편의 전원까페'라는 책 한 권에 그들의 좌우명인 듯 '心和平'이라
는 한자어에 작가이자 주인인 김종헌씨의 싸인 곁들여 구입하고 까페를 나왔다.
추억 한 장 카메라에 모두 담고 버스에 올라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홍천에서 횡성으로....
영동과 영서의 경계를 이루는 횡성은 푸르른 초원을 이루고 있는 대규모 목장이 많다. 그
래서인지 한우고기로 더욱 유명하다. 우러낸 진한 곰탕 한 그릇으로 점심을 하고 식당밖
에 나오니 하얀 햇살이 구름 비집고 나오고 있다. 다음 행선지인 '토지 드라마세트장'으
로 향하였다.
박경리 씨의 대하소설 '토지'는 1969년 9월부터 문학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해 1994년 완
결하기까지 총 26년에 걸쳐 쓴 16권의 대하소설이다. 지금껏 3편의 드라마가 제작되었는
데 산좋고 물맑은 횡성군 우천면 두곡리에 그 세트장을 마련해 놓았던 것이다. 중국의
1900년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세트장은 얼마전 방송을 끝내고 횡성테마랜드(주)
에서 약 10만평 대지위에 관광레저 시설을 건립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입구의 질척거
리는 진흙길이 한창 공사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촬영도 모두 끝나고 평일이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간헐적으로 내비추던 햇살이 본격적으로 내리쬐이고 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어도 그늘이라고는 세트장 실내 뿐이다.
극중 서희가 재기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길상이 독립운동을 하는 용정과 중국하얼빈, 일
본 동경거리, 경남 진주거리 등 재현해 놓은 세트장을 안내하는 직원의 설명과 함께 따라
다니니 구경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한켠에 만들어 놓은 민속놀이 기구 앞에서 널뛰기와 그네 등을 타며 잠시 휴식도 취해
본다. 그렇게 한시간을 훌쩍 보내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한국화단의 스승인 故 남농(허건) 선생의 제자인 어느 부부화가가 폐교를 이용하여 만든
문화공간 한얼문화예술관, 폐교운동장엔 잡풀이 무성하였다. 주변 곳곳 꽃들이 흐드러지
게 피어 있어 우리를 반긴다. 예술관이라 칭하기에는 조금 초라해 보이는 개인소유의 전
시장이였는데 단층의 목재교실 몇 개를 이용하여 작품 전시하고 있었다.
'개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작품수를 소장하고 있다'는 것과 '보수하여 제일가는 예
술관으로 탈바꿈하게 한다'는 그들의 의욕이 어쩐지 뒷맛을 씁쓸하게 만들어 주었다. 배
려와 겸손 그리고 온정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부족한 듯 보였기에.....
부부화가의 작업실과 꽃으로 단장한 주변을 둘러보고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아래 떠났던
여행을 마무리했다.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저마다 맡으며 가져 온 향기가 모두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루를 맡겼던 그 마음 하나는 똑같다. 소풍나온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찾아 본
탐방지에서 모두가 한송이 꽃이었다. 서로 나눈 대화 속에 하루를 담아 만들어 낸 꽃 향
에 여운과 되돌려 다시 볼수 있는 나의 청사진 속에 다녀 온 발자취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