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동생이랑 엄마가 가게로 놀러왔어요. 둘러앉아서 떠들어가며 증편에 커피한잔씩을 마시고는 "엄마,여기 앉아바바.컴퓨터 들어가믄 읽어볼거 많아. "아이구 얘얘, 나중에 동사무소에서 내차례 오거든 배울거여." "엄마,엄마, 동사무소가서 배울것도 없어. 동생도 거들어요. "엄마, 시워. 엄마는 핸드폰 문자도 잘 날리잖어. 엄마 그거 못하는사람 되게 많어." 휴대폰이 없이사는 제게는 못 보내지만 지게짐을 지고다니시니 그모양을 보면서 쟁기질도 못하는 양반이 무슨 농사를 짓는다고 이 산꼴짜기로 나를 끌고와서 이고생을 시키나, 더없이 재미나는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그중 어떤이들은 이즈음 들어 자식인 저보다 더 아버지께 잘 하는이들도 있어서 그당시에 엄마는 고생이 많았어요. 처음엔 다른일보다 수입이 좀 나은 공사판일도 다니시다가 "아이구 얘. 누가 날 그렇게 대우해 주겄니. 저희 형제들은 훌륭한 부모님을 만난게 분명하다고 지금은 저희끼리 얘기합니다. 그 훌륭한 저희 엄마가 요즘 심심해 하시는거 같아서 컴퓨터를 가르쳐 드리느라고요..^*^ "엄마, 요기 화살표같은거 있잖어 요걸 요렇게 생긴 E자 요거에다 딱 들이대서 맞춘담에 요손꾸락으로 톡톡 두번 눌러바바. 우하하하 세모녀가 웃어대며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읽어보는 써놓은걸 한참 읽으시더니 "얘, 여기다가, 속상해도 참아요,라고 쓰려면 어떡하니?" 물어보셔요. 그래 이리이리 하시라 알려드렸더니 "속상해도 참아요. 이러구 더듬더듬 조언말을 쓰셔요. 박장대소를 하는데 엄마는 다른사람이 쓴 조언을 읽어보시대요. 엄마는 거기다 또 답글을 쓰시는데 제법 글자를 빨리 찾아 쓰셔요. "똑바로 잘했네요. 엄마는 진지허니 열심히 쓰시는데 우리는 어찌나 우스운지 뺑끼통이 다 들썩거리게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이 아줌마문학 꽁트계를 평정할 날이 올지도 몰라요.ㅎㅎㅎㅎ
열무김치 오이지 완두콩에 믹스커피 한박스 살구 수박 텃밭에 손수 키워거둔 콩으로 만든 콩물....
바리바리 챙겨 들고 지고 오셨어요.
엄마한테 컴퓨터를 가르쳐주기로 했어요.
저도 컴퓨터라고 쓸 줄 아는건 견적서만드는 엑셀 쬐금하고
인터넷에 마우스로 클릭해서 들어와 읽거나 쓰거나 하는것뿐이니
남들이 보기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모양으로 어설픈 일이겠으나
뭐 어때요.^*^
재밌어."
엄마가 컴푸터루 문서작성하는거 배워갖구 사무실 취직할것두 아닌데 머."
동생들과는 시도때도 없이 뭐하냐,시장간다,김치담으니 가지러와라,산에간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군요.
농촌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참 고단한 삶을 사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정식으로 농삿일을 해보신분도 아니어서
볏단을 져날라도 다른농삿꾼들은 지게키보다도 2,30센치 높게 볏단을 쌓아올려서
뒤에서 보면 작은 동산이 주춤주춤 걸어가는듯 싶게 옹골차게 일을 하는데
저희아버지는 국민학교애들 꼴짐만큼이나 될려나 싶게 얹어 할랑할랑
엄마는 늘상 안타까와 했어요.
지게질도 못하는 양반이, 나무도 할 줄 모르는 양반이....
그런아버지는 서울에서도 할 일이 없으셔서 아침일찍 우리들이 빠져나온 집을 항상 혼자 지키고 계시더니 어느날 부턴가 아랫방 벽에 작은밥상만한 칠판이 걸려있더라고요.
어떻게 어떻게 수소문되어 연결이 되었는지 아버지한테 글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주로 0국대학교 대학원생들이었는데 그걸해서 돈을 버는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점심까지 먹여가며 글공부(한학)를 가르치셨는데 아버지는 그것이 시간보내기에
엄마한테는 속터지는 일이었지요.
때되면 인사들도 오고 시시때때로 찾아와 건강검진 해주는이도 있고 용돈을 챙기는이도 있으니 자식으로써는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만
나중엔 구로공단에 취직을 해서 정년까지 다니셨어요.
일본 의료기 회사였는데요..성실하게 일을 해서 작업반장도 하시고..^*^
엄마는 늘 회사를 고마워 했어요.
일 시켜주는것만두 고마운데."
어린시절 한때는 철이없어서 부끄럽게도 엄마아버지가 왜 이리 답답하게 사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적도 있습니다만...
그러믄 인터넷에 연결되는거여."
"그려? " 하시면서 검지손가락으로 꾸벅꾸벅 클릭을 하셔요.
"엄마, 꾸벅 꾸벅 일케 눌르믄 안되구 그냥 톡톡 쳐바바."
요령도 알아보고 글쓰는방법도 금방 터득했어요.저희엄마가 어떤때보면 참 얼띠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어 우습기도 한데 또 어던때 보면 참 영리하시거든요..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우치는 엄마께 아컴에 들어와 속상해 방 얘기를 읽어보시라 했어요.
어떤주부가 남편사업이 잘 안되는데다 아이 이가 다 썩어서 짜증난다고
돈은 벌믄 돼요.
아이 이는 해누면 돼요.할머니"
"아하하하 엄마,엄마가 쓴거보고 이사람 더 짜증나겠네.하하하"
애가 이빨이 다 썩도록 엄마되는이가 뭐 하고 있었냐구
자기는 친척집가도 치솔 꼭 들구 다니고
자는애도 깨워서 양치시키니
아이 이가 말짱하다고 써 있어요.
나는 옛날에 돈이 없어서 애들한테 칫솔을 못사줬어요.
그래서 이가 죄다 썩어서 나한테 원망을 많이하는데
그래도 다들 잘해고 살아요."
웃어재꼈더니 나중엔 뱃가죽이 다 얼얼해요.ㅎㅎㅎㅎ
이정도로 빠르게 진도가 나가면
머지않아 저희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