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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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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도 군인인데


BY 蓮堂(그린미) 2005-06-21

 청소년 축구가 브라질에게 2 : 0 으로 져 16강 실패를 안겨주자 내내 분이 풀리지 않아서 잠마저 설쳤던 날 새벽에 전방의 한 부대 (GP)안에서는 아비규환의 참상이 저질러지고 있었다.

 선임에게 언어 폭력을 당한 한 병사가 내무반에다가 수류탄을 던지고 총알을 쏟아 부었단다.

 금쪽 같은 우리의 아들 여덟 명이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하고 두 명이 다쳤다.

 아침에TV버턴을 누름과 동시에 엥커의 숨가쁜 소식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 그 때에는 하루 전에 외출 나온 아들녀석이 내 옆에서 네 활개를 치고 자고 있었다.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사건 전모를 알고 싶었으나 더 이상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자는 아이를 흔들어 깨웠다.

 "지금 큰일이 터졌다.........이일을 어쩌냐........"

 곤히 자다가 나의 다급한 소리에 눈이 뜨여진 아들 녀석의 시선이 TV로 옮겨가더니 아무 말이 없다.

 난 마치 내 죄인양 아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아들은 떴던 눈을 다시 감았다.

 "곪고 곪았던 게 터진 모양이네요..... 머....개죽음이야, 개죽음............."

 눈은 감고 있었지만 눈자위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아들의 굳은 표정을 보자 다시 한번 더 가슴이 내려앉았다.

  " 저 행동이 정상이니?"

  뻔한 해답을 머릿속에 넣고 아들의 심리상태를 점검 해 보기 위해서 슬쩍 물어 보았다.

 "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주 정상이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비정상 이예요"

  압축된 아들의 감정표현에 일말의 안심은 되지만 내 아이만 잘한다고 해서 만사가 다 순리적으로 풀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내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 아이만 이렇게 편하게 군 생활(카투사)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문득 미안하고 죄스러운 맘이 드는 건 솔직한 심정이다.

 나름대로는 힘들다고 푸념을 하는 아들녀석에게 항상 들려주는 말이 있다.

 "네가 나라를 위해서 군 생활 하는 게 아니고 너를 위해서 하고 있다는 거 염두에 두어라"

 사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밤낮 없이 살얼음판 딛는 심정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가정사 - 안 좋은 일 -는 아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혹시라도 군 생활에 지장을 주어서 불행한 일이라도 생길까봐 쉬쉬 하는 게 부모들 맘인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로 금쪽 같은 내 아이를 비명횡사 시킨다면 어느 부모가 아들을 나라에 바치고 싶겠냐고..........

 戰時가 아니어서 맘놓고 군대 보내도 된다는 건 기피를 방지하려는 하나의 입막음에 불과 하다는 걸 종종 접하고 보면 솔직히 나도 힘있고 빽 있으면 아들녀석 군에 안 밀어 넣고 싶다.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입으로만 돌던 얘기이고 실지적으로 정말 좋아지고 변화가 생겼다는 건 우리의 아이들이 직접 느껴야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예전보다는 폭력이나 기합이 줄어들었다는 건 부인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드러날지는 몰라도 '거기서 거기'라는 결론만큼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돈과 권력 앞세워 군 면제받은 사람들 비난했던 게 이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이 기막힌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그렇게 운명을 달리한 아들들은 모두 내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입대한 동갑내기들이 많았다.

 그의 부모도 나와 비슷한 연령들이겠고 .......

 그래서 가슴 아픈 강도는 그 부모 못지 않게 도려져 나가는 고통으로 내내 눈시울이 마르지 않았다.

 자다가 날벼락 보다 더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그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지기만 했으랴.

 아이들이 수류탄 파편으로, 난사한 총알로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고통으로 비명조차 질러댈 수 없이 죽어갔다면 남아있는 부모의 가슴은 그보다 더한 아픔으로 갈갈이 찢기워 져야 했다.

 혼절한 모정, 몸부림치는 부정, 넋을 놓고 있는 유가족들...........

 이 기막힌 참상 앞에서 우리의 위대한 위정자들이 할말이란 고작 '유감' '조의''재발방지' 등등 사건 날 때마다 틀에 박힌 테잎만 돌려 댈 뿐 뾰족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당연한 얘기는 무식한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이고 우선 이 위기를 모면 해 보려는 얄팍한 미봉책이라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군부대 안에서 생기는 불행한 사건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대책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이 늘 제자리라는 거 그들은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의 아이들은 소위 신세대 아이들인 만큼 그에 적당한 프로그램이나 사고(思考)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줄 줄 알아야 한다.

 온실에서 자란 유약하고도 인내심이 약한 피동적인 신세대 아이들에게 구세대의 낡은 방식이 낳은 병폐가 갈수록 늘어가는데 어떤 방법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단순한 언어 폭력으로 그렇게 끔직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그 사병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가 석연치 않음은 나 혼자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朝三暮四의 국방부 발표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걸 우리 국민들의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모든 게 의문투성이 인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부릅뜬 눈을 무서워 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