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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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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모습이 이쁜 여자


BY 낸시 2005-06-16

심심하면 가끔 앨범을 들쳐보던 때가 있었다.

앨범 속의 나는 대부분 웃고 있다.

카메라가 눈 앞에 보이면 자동으로 웃음이 나오는 사람처럼...

언제부턴가 사진 찍히는 것이 싫어졌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는 복합적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남편이 지나치게 값비싼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이 싫기도 했고, 내 삶의 흔적은 사진마저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결벽증도 있었고, 사진 속의 내가 나이들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싫었고, 살이 없는 사람이어서인지 웃을 때 특히 입가 주름이 두드러져 보였다.

 

십 여 년 동안은 사진 찍힌 기억이 별로 없는 삶을 살았나보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사진기자가 먼저 와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보고 자연스레 하던 일을 하라고 하면서 자기가 알아서 사진을 찍을테니 자기를 의식하지 말란다.

별로 남의 시선 같은 것 의식하지 않고 사는 일에 익숙한 나는 시킨대로 연기를 잘해낸 것 같은데 사진기자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필름을 바꿔가며 수없이 찰칵거리고 찍더니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고 날보고 포즈를 취해보란다.

못 할 것도 없다.

카메라를 향해 조금은 수줍게 하지만 활짝 웃어 주었다.

 

신문에 기사가 났다고 누가와서 그러기에 남편이 가서 신문을 구해왔다.

우리는 요즘 신문 볼 새도 없이 바쁘게 사니 정기구독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경제란의 표지 중앙에 큼지막한 컬러 사진이 실려있다.

남편이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사진이다.

기사는 뒷면으로 이어지고 뒷면에는 아들녀석이 일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지시하는 모습이 한 컷, 내가 웃는 모습이 한 컷, 담겨있다.

밀집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향해 웃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 사진이다.

오랫만에 사진을 통해보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많이 본 모습 같기도 하다.

 

사진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났다.

웃는 모습이 이쁘단 소리를 참 많이 들었었는데...

한동안 듣지 못해 잊고 살았던 말이다.

그런 말을 자주 듣던 때는 그래서 더 자주 웃었는 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때처럼 맘 놓고 웃지 못한다.

나이들면서 이빨 사이가 벌어지고 음식을 먹고나면 간혹 찌꺼기가 그곳에 끼어 보기 흉할 때도 있다.

더 이상 예전처럼 하얀 이빨도 아니다.

웃으면 얼굴 전체에 주름이 가득해지는 것도 그닥 유쾌하진 않다.

 

그런데, 그래도 내가 제일 이쁠 때는 웃을 때인가 보다.

사진기자가 필름 몇 통을 허비하며 찍은 사진 속에서 골라내어 신문에 실은 것을 보면...

남편이 그런다.

내가 웃는 모습에 사람들이 반해서 우리 가게를 찾아올 것 같다고...

아직도 남편 눈에는 내 웃는 모습이 이쁘게 보일 때가 있나보다.

앞으론 옛날처럼 이쁘단 소리 하는 사람이 없어도 좀 더 자주 웃어야겠다.

음식을 먹고 나면 이빨도 잘 닦고 그럴 형편이 안되면 화장실에 가서 한번씩 헹궈내기라도 해야겠다.

아직도 가지런하고 상한 이빨 하나 없는데, 이빨 사이가 좀 벌어져 보인다고 웃지도 않는 것은 지나치다.

웃을 때 주름이 좀 보이면 또 어떠랴...

웃자, 자주 웃자.

혼자서 배시시 웃는 모습에 반해서 쫓아다닌다는 총각 따윈 더 이상 없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웃을 때가 제일 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