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오월 오일 단오는 시아버지 제사날이다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붙잡고 꺼이꺼이 울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기가 되었다
솔직히 돌아가시기 전 만약 초상때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다
그래도 명색이 며느리가 애타게 울어야 되는데....
그만큰 시아버지는 살아생전 십여년간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원래 괄괄하시던 성격에 중풍까지 겹쳐 통제가 되지 않았다
시부모는 나의 엽집 아파트에 사셨는데
걸핏하면 시어머니가 도망을 오셨다
'너희 아버지랑 못살겠다
지팡이로 때리고 칼로 찔러죽이겠단다...'
난 금방이라도 꺼져버릴것만 같은 시어머니를 안고 같이 울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사시는 시어머니는 불쌍하고
이런 상식이하의 모습을 지켜보아야하는 나도 불쌍했다
어느날은 시어머니가 또 도망을 오셨기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시어머니는 맞아서 여기저기에 달걀만한 혹이 여럿 보였다
머리를 맞은 곳에는 자꾸 소리가 난다고 했다
큰 지팡이에 사람이 맞으면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시는 걸까
시아버지는 문을 잠그고 경찰과 대치했다
결국 다시는 시어머니를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경찰은 물러갔다
경찰도 금방이라도 돌아가시게 보이는 시아버지를 데리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나보다
이후 시아버지의 행패는 조금 덜하나 싶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고
나는 또 도망온 시어머니를 시이모댁으로 보내버렸다
시아버지는 우리집대문을 지키고 계시다
내가 출근하러 나서자 나를 지팡이로 내리치려하셨다
나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다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결국 그날 남편도 나도 출근하지 못했고
부산에 있는 형제들을 모두 불러올렸다
대책을 세우라고
더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만일 시어머니가 시아버지 지팡이에 맞아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거냐고 악을 썻다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시아버지를 요양기관에 맡기자는 내말에 시숙이 재떨이를 불끈쥐며 나를 노려보았을 뿐이었다
결국 모든것은 제자리였고
시아버지는 몇년을 더 그렇게 사시다가 결국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6월 돌아가셨다
그때 온 식구들이 모여 시아버지의 임종을 기다리며 축구를 보았었었다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돌아가셨나보다...'
전화를 받고 건너가보니 시아버지는 침대에 잠든듯이 누워계셨다
왜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새벽공기를 가르며 나는 꺼이꺼이 통곡을 했다
죄송해서,너무 죄송해서...
살아생전 잘해드리지 못하고
아프신 당신을 외면하고 미워하고..
...지금 그곳에서는 아프시지 않으실까
날개를 달고 살아생전 다니시지 못한 모든곳을
훨훨 날아다니실까..
아버님,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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