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님! 제이름이 안어울린다 하셨습네까? ^*^ 그럼 제 이름이 헤헤여도 좋을 까닭을 함 들어보시겄습니다. ^*^
호기심이 넘쳐 집에 불까지 질르던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서 멀쩡한 숙녀가 되었지요.
하늘하늘 자잘한 꽃무늬 쑥색 원피스를 입고 돈벌러 다닐때여요.
일도 만만하고 일하는데 가면 좋아지내는 남자도 있고 월급도 많이 받던
내인생에 호시절...그때..일요일만 되면 수건 샴푸 챙겨들고 목욕탕엘 다녔어요.
꼬질꼬질한 커튼을 들치고 들어서 도시락뚜 껑만한 창문안으로 돈을 들이밀면
번호적힌 열쇠가 나오는데 그걸 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오래됐는가
귀퉁이부터 꺼멓게 저승꽃이 피어나던 거울이있고
맞은편엔 더덕더덕 세월이 덧칠된 주황색 옷장에다
도끼다시 목욕탕바닥. 뜨꺼운물 수도꼭지 찬물 수도 꼭지를 꼭 따로따로 틀어 써야되던
목욕탕이 그때 다니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영등포 신길동, 신풍시장 건너편에 회색 대리석 건물이 들어서더니
대형 목욕탕이 생기대요. 그냥목욕탕이 아닌 으리번쩍 신식 싸우나탕으로 저도 물론 갔겠죠.
눈이 휘둥그레지게 넓고 깨끗하고...
목욕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궁금해 지는거예요.
내옷장 열쇠가 다른사람옷장에도 맞을라나?
이열쇠가 저옷장도 열수있고 저쪽옷장도 열 수있고 쩌쪽것도 열 수 있나?
이렇게 많은 열쇠를 다 다르게 만들 수 있나?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시험을 해봤어요.
저쪽 옷장에 내열쇠를 꽂았네요..칙칙 돌려보는데 안열여요.
그래서 그 아래옷장에 또 실험을 하는데
바로 옆에서 옷입던 아줌마가 냅다 고함을 질러요.
"아가씨!! 지금 뭐하는거야?
왜 남이 옷장을 열어?"
저는 깜짝 놀라는데. 주인아줌마도 막 뛰어오더라구요.
"아니, 아가씨, 왜 남의 옷장은 열어요?"
"시험해보느라구요. 열리나 안열리나."
눈을 꿈벅꿈벅거리며 이렇게 말하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버쩍 들대요.
그게 나는 시험이지만
다른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목욕탕 옷장털이 도둑이지 뭐예요.
"저기요. 시험해보느라구 그랬어요.
이열쇠가 저것도 열리나 안열리나 궁금해서요"
이렇게 다시 말하니 애가 이상해서 그렇지 도둑은 아닌가보다 생각했는지
다들 그냥 돌아가더라구요. ^*^
저 정말 도둑질같은건 안하거든요.
혹시 바보아녀?
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세상 소풍 마치는날 하늘로 돌아가서
참아름다웠노라 고하겠다는 시인, 천상병의 일화 한가지를 들은적 있어요.
그분이 무슨무슨 사건으로 매맞고 옥살이 하기전
무지무지하게 좋아한 여인이 부산에 있었대요.
너무 보고 싶어 그여인을 만나러 이른아침부터 찾아갔다는군요.
그런데 하필 그여인은 그때마침 태종대에 놀러나갔다 그러더래요.
그래 우리의 천진무구 천재시인 천상병은 생각을 했다지요.
태종대에서 돌아오려면 꼭 영도다리를 건너와야 할것이니께
내가 영도다리 앞에서서 그녀를 기다려야겄다 이러고선
그아침으로 달려나가 영도다리 길목을 지키고 섰는데
아무리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오지 않더라는겁니다.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데 배는고프고 그녀는 태종대에서 살림을 차렸는지 나타나지도 않고
바지주머니에 양손을 찌른채 쓸쓸히 고개를 들어 태종대를 바라보는데.....
시내버스한대가 휙 지나가더랍니다.
택시도 지나가고 트럭도 지나가고 승용차도 지나가고....
아하!!
태종대간 애인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버렸을 수도 있고
택시를 타고 가버렸을 수도 있고
트럭을 얻어타고 하루종일 그가 지키고 섰던 영도다리를
이미 건너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천상병은 그제서야 깨닫고...허허허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느니...
사람들은 그것이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일화라 떠드는데..^*^
행여나 헤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쓰게되면
신길동 신풍시장앞 싸우나 열쇠사건도
보통의 틀에서 빗겨간 천재의 일화였다고
사람들이 거닐어 주지 않을까마는
저는 도통 詩를 쓸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