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남의 단편소설 '멀리 가 버렸네'의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돌아앉은 남자의 등은 삼십 중반에 벌써 시무룩해 보인다
표현이 재미있다
삼십 중반에 시무룩하다면
사십대 이후의 남자의 등은 울고
그 이후의 남자의 등은 통곡을 하고 있으려나,,,,,
그러면서 언젠가 본
이철수의 판화가 떠올랐다
고개를 약간 외로 꼬고 돌아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
그녀의 등이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
어찌나 많은 이야기를 하던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본 기억이 떠오른다
몸의 일부라는 자각조차 없던 등이
저리 많은 것을 뿜어낼 수 있음이 새로웠다
평소 관심 밖으로 밀려나
내쳐져 있어서
아무런 위장을 할 수 없어서 일까
삶의 희로애락이 진솔하게 그대로 드러날 수 있음은,,,,
몸의 한부분으로 항시 지고 다니면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등,,,,,
평소 공들여 다듬는 것은 앞모습 뿐이 아닌가 싶다
타인을 만날 때 앞모습으로 만나
인사하고,,,, 감정을 읽고 교류하고,,,,, 등등
우리네 삶은 앞모습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일까,,,,,,
오늘은 유난히 사람들의 등으로 시선이 갈 거 같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려나
또,,,,
내 등은 무슨 말을 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