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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0

'등'


BY aii 2005-05-19

최일남의 단편소설 '멀리 가 버렸네'의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돌아앉은 남자의 등은 삼십 중반에 벌써 시무룩해 보인다

 

표현이 재미있다

삼십 중반에 시무룩하다면

사십대 이후의 남자의 등은 울고

그 이후의 남자의 등은 통곡을 하고 있으려나,,,,,

그러면서 언젠가 본

이철수의 판화가 떠올랐다

고개를 약간 외로 꼬고 돌아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

그녀의 등이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

어찌나 많은 이야기를 하던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본 기억이 떠오른다

몸의 일부라는 자각조차 없던 등이

저리 많은 것을 뿜어낼 수 있음이 새로웠다

 

평소 관심 밖으로 밀려나

내쳐져 있어서

아무런 위장을 할 수 없어서 일까

삶의 희로애락이 진솔하게 그대로 드러날 수 있음은,,,,

 

몸의 한부분으로 항시 지고 다니면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등,,,,,

평소 공들여 다듬는 것은 앞모습 뿐이 아닌가 싶다

타인을 만날 때 앞모습으로 만나

인사하고,,,, 감정을 읽고 교류하고,,,,, 등등

우리네 삶은 앞모습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일까,,,,,,

 

오늘은 유난히 사람들의 등으로 시선이 갈 거 같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려나

또,,,,

내 등은 무슨 말을 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