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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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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행동에


BY 도영 2005-05-19

잦은 봄비로 우울증 시초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개인날보다 흐린날이 더 많은 영국에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 했던가.
이해가 간다.
잦은 봄비탓인지  아들녀석과 작은 갈등 탓인지 요며칠 마음이 수란하다
기분 전환도 할겸 봄의 색채를 만끽할겸 주말에 남편과 산을 찾았다
불과 보름전에 산을 찾았을때만해도 밋밋하고 메말랐던 산에는
진분홍 진달래가 온산을 붉게 물들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막 튀겨낸 팝콘 같은 이화의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왔다
막 물오른 연초록 새순을 틔우는 어린잎들은 꼬물꼬물한 아가들의 활작핀 손처럼
앙징맞고 신선해 실눈을 뜨고 바라보다 아카시아 나무에 눈이 갔다
그리고 유년시절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칼을 돌돌말아
파마를 했던 동심으로 잠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6년전 고인이 되신 어머니가 아카시아 잎을 흝어낸 줄기로
내머리를 말아주셨던 기억
뽀글뽀글 꼬부라진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어른이 된것같던 내 어린시절에 어머니가 그리워 가슴이 서늘한건지 어제오늘 가슴 한켠이 서늘 하다.
주말에 대학 2학년인 큰아들이 2주만에 집에 왔엇다.
20분 거리인 학교인데도 굳이 기숙사를 원해 2학기때는 기숙사를 들여 보냈다.
기숙사 들어 가는날..
후배들을 데리고 와서 옷장에 옷이며.소지품들을챙겨서
후배의 차를 타고 가는 아들의 뒷꽁무니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안방 창문 방범창에 매달려
멀어져만 가는 아들을 바라 보았었다.
텅빈 옷장에 빈 옷걸이들이 덩그러니 걸려있는 아들방에서
쓸쓸히 내가 서있는 내모습에서.
어느새 훌쩍 자라서 겨드랑에 날개가 나와 날아가는
자식의 뒷모습에서 내가 늙어감을 아니 이미 늙엇음을
확인 하는 순간 이기도 했다.
그렇게 사실상 분가?를 한 아들에게
늘 나나 지 아버지가 전화를해
""야..잘먹고 잘사냐??닌 우리가 궁금치도 않냐?이번주엔 금요일에 와서 자고 갈거지?'""
보채는 우리 부부의 모습에서 내 친정 부모을 보았고..
예전에 하루자고 이틀 자나에 목숨거는 나의 시부모를 보았다.
2주만에 온 아들과 학교 이야기며 대학생활이 궁금해서
이래저래 말을 걸려 하니. 오자마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며.
미안함도 양해도 없이 자동차 쇳대를 찾는다.
남편은 이내 서운함에 ""차는 두고가라 밤길에 무신 차고...버스타고가..""
아들은 남편과 나의 한마디에 반항하듯 친구들과의 약속을 전화로 깨버리고 방문을 콩닫고 들어가버린다.
서먹서먹하게 3일 을 보내니. .속이 섞어 문드러졌다.
자식과의 정신적 대립이..이래 피곤할줄이야..
어른들 말씀이 생각났다.
""자식키워봐라 니들도..자식 키워봐야 부모속을 알지.."""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일주일 용돈을 타서 학교로 가면서
""저 가요....""
착 가라 앉은 목소리로 한마디 툭 내뱉고가는 아들의 행동에
속이 상한것도 아니고 괘씸함도 아니고 무어라 말로 형언 할수없는. 서늘함이 밀려 왔다.
서늘서늘한 슬픔이...
각 얼음을 통채로 꿀떡 삼켜버린것처럼 지독히 차다는 느낌이..
아들을 보내고 현관문을 잠그면서 돌아서는데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떠올랐다.
마냥 젊을줄 알았던 오만했던 시절에.대든 기억들이 스쳐갓다.
그때는 편치 않은 기분과 그냥 속만 상했는데.
자식이 내게 반항하니 속상한 기분과 편치않은 마음은 비교도 안될 서늘한 기운들이 가슴을 꽉 채웠다.
우리 양쪽 부모님들도 그랬을 거다..
내가 느끼는 서늘한 슬픔을..
자식은 못느끼는 부모만이 느끼는 차가운 금속성 물질이 가슴에 자리하는 느낌...
아들녀석은 일주일후에 내 생일날 작은 꽃바구니를 뒤에 숨기고
어색한 표정으로 간접사과를 했지만
나는 아들과의 작은 갈등으로인해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들의 행동에..
이제는 자식과 정식적으로 분리하는 연습을 해야할거 같다.
부모의 관심이 젊은 애들에겐 간섭이 될수도 있으니.
이제는 서서히 아들의 세상을 인정하고
아들의 세상을 기웃거리지말며.
부모품에서 벗어나려는 아들을 이제는 놓아줘야 할 시기가 온것같다.. 덜 펴진 날개를 내손으로 펴줘서 훨훨 날아가도록
활주로를 만들어 높게 비상하도록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