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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아닌 비밀


BY 오월 2005-05-11

5월7일 제가 입학하기전 시험을 치룬 분들의

합격 발표에 이어 고등부17명 중등부10명

의 조촐한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졸업식에 참석을 했었지만 너무나

큰의미에 반해 너무나 초라한 졸업식 이였지요.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날까 두리번 거리는 우리들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학교측에서도 외부 사람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들만의 졸업식이 되었습니다.

 

학교측에서 마련한 작은 꽃다발과 졸업증서 그걸

받는 졸업생들의 가슴에는 한권의 책으로 묶을만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였으리라 생각하며 재학생

자리에 앉아 졸업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니

또 주책맞은 울음보가 터질것같아 감정을 추스리기가

힘이들었습니다.

한분이 졸업증서를 받을때 잘생긴 아들이 나와서

엄마가슴에 한다발 꽃을 안기며 "엄마,고생많이 하셨어요.!"

하자 그엄마 당황해 하며 아무에게도 말안했는대 어찌알고

왔느냐며 눈시울이 붉어질때 드디어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남들이 뭐라든 한번터진 눈물은 멈추질 않습니다.

급기야 선생님들이 위로를 하시는데,부러워 하지

마세요.이제곳 저자리에 서실턴데요.

선생님 제가우는 사연은 저분들이 부러워서가 아니

랍니다.동병상련의 마음이지요.

근데 당사자인 졸업생은 울지 않는데 제가왜 우냐고요.

퉁퉁부은 눈으로 집에 올수가 없어 길거리를 배회했습니다.

늦은시간 집에 들어와보니 연락이오면 마중나오려고 남편은

옷도 벗지 못하고 쇼파에서 졸고있었습니다.

 

전 야학에 나가는걸 남편에게만 말하고 아이들에겐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니 컴퓨터를 더 배워야 할것같아

밤으로 컴퓨터 학원에 다닌다고 말하고 혹시 아이들이

눈치챌까 교과서는 집으로 가져오지 않는답니다.

그날밤 일요일인 어버이날에 학교에 간다며 미리

선물드릴께요.

하는 딸아이 손에 케잌 하나 청실홍실 초두자루 샴페인

한병 그리고 핸드폰에 보내온 문자메시지에 "엄마.힘내세요.

공부도 열심히 하셔서 엄마꿈이루시고 엄마,사랑해요."

그런문자를 보내온걸 보면 나만 비밀이라고 애쓰는

내비밀을 아마 우리 아들,딸 모두 알고있나봅니다.

 

아들도 슬쩍슬쩍 "엄마,중간고사 끝나서 저 요즘 시간있을때

혹시 물어보고 싶은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하는걸보면 분명 알고 있는 눈치인데.우리 아이들 입벌려

아는척을 한번도 안하네요.

지들 아빠닮아  속깊고 고마운아이들이 참 가슴이 뭉클합니다.

세월이 흘러 아무에게도 말못한 내졸업식에 우리 아이들도

내 가슴에 한아름 꽃다발을 안기며,"엄마.고생하셨어요.사랑해요."

하는 말을 할려는지............

 

비록 지지리 가난했던 내 지나온날들이지만 원망해본적없고

지금도 그 세월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감사하며 살아갈 겁니다.

먹고 사는일에 큰걱정없고 아직은 젊기에 벌어먹고 살아갈일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내가울면 무지 싫어합니다.

자식이 없냐?남편이없냐?밥통이 없냐?등붙일 집이없냐?

눈물은 누가 죽었을때만 흘리라네요.ㅎㅎㅎㅎ

그래요 밥해먹을 밥솥도 있고 참 제가 생각해봐도 행복한

삶인데.....

병원에 가서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주책맞은 눈물샘을 막는

수술을 받고 싶습니다.

 

이런 제자신이 너무너무 싫습니다.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도 냉철한 판단력과 차거워 보인다는

말을 들을만큼 감정에 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우거지는 싱싱한 숲처럼 야무지게 영글어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수있어 더이상 추한 눈물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살아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