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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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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BY 낸시 2005-05-09

"엄마, 마더스데이가 언제인 줄 알아?"

"몰라..."

"언제인 줄 알면 선물 사 줄께..."

오월엔 미국에도 어머니 날이 있는 달인가 보다.

미국에서 산 세월이 제법되지만 무심히 넘겨서인지 그런 기념일을 잘 모른다.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파더스데이가 언제인 줄 알아?"

"몰라... 그런데 그것은 왜 물어..."

"아들이 마더스데이를 알면 선물 사 준다고 하기에..."

"왜 선물이 받고 싶어?"

"잘 알면서... 내가 언제 선물 좋아하는 것 봤어? 필요없는 물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질색하는 줄 알면서..."

"나도 선물 같은 것은 싫어..."

남편과 나는 어머니날도, 아버지날도, 모른 채 그냥 사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상점에 진열해 놓은 마더스데이 선물, 싸게 팔겠다고 선전하는 문귀, 유난히 많이 올라오는 어버이날에 대한 글...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도 두 아이의 어머니이고, 지금은 없지만 친정부모도 있었고, 시부모는 아직도 있는데...

나도 참 무심한 사람이다.

여지껏 살면서 어머니날이라고, 어버이날이라고, 꽃 한 송이, 선물 한번, 해 본 적도 받은 적도 없으니 말이다.

선물을 못한 것은 쑥스러워서다.

평소의 불효가 선물 사는 일을 더 어렵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버이날 선물하는 것으로 부모에 대한 은혜 갚음을 때우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서였을까...

 

울부모나 시부모는 이런 딸과 며느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양 쪽 부모 모두 한번도 이런 일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은 없다.

맏며느리인 나를 제외하고 다른 며느리들은 이런 날, 선물하는 것을 나는 안다.

다른 며느리들에게선 선물을 받고 맏며느리에게선 전화조차 없을 때 어떤 기분일까...

유난히 선물을 좋아하는 시어머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전화할 맘은 없다.

전화를 한다면 남편이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남편도 이런 날 전화해서 낯 간지러운 소리로 축하하거나 선물할 줄은 모른다.

한 때는 이런 일은 아내인 내가 알아서 해결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말을 한 적도 있긴하다.

하지만 그 땐 자기 부모밖에 모르는 남편의 이기심이 미워서 그럴 마음이 없었다.

각자 부모는 스스로 알아서 챙기자는 말로 그 미움을 대신했다.

 

친정어머니는 이런 나를 그다지 섭섭해 하지 않으셨음을 안다.

돌아가시기 전, 세 딸 중 내가 제일 잘했다고 했으니까...

친정아버지야 무조건 내 편이었으니까... 우리집에 오면 제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으니까...섭섭해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편리하게 생각할란다.

시부모에겐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부모와 달리 마음 깊은 곳으로 부터 우러나는 애정이 없기에 느끼는 미안함인지도 모르겠다.

표현하지 않아도 절로 알고 믿는 사랑이 피차간에 없어서일까...

남자인 남편보다 여자인 내가 더 잘 챙겨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도 나이가 드니 슬슬 고개를 든다.

며느리의 의무라기 보다 한 가정에서 그런 일은 아무래도 여자 몫인 것 같다.

무심한 며느리를 오래 참아 주심에 대한 고마움도 있다.

그런 며느리도 자식이라고 노냥 건강이 어떠냐고 걱정해주니 마음의 빚이 점점 커진다.

올해도 어버이 날은 그냥 지나갔지만 가끔 전화해서 안부라도 자주 전해드려야겠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 하는 것인데 너무 오랫동안 오는 정만 있었던 듯 싶다.

시부모도 이제 이 십 년도 훨씬 넘게 부모 자식으로 이름 짓고 살았으니 내 부모라고 생각하고 챙겨야겠다.

어버이날 선물을 하지 않아도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시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제일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