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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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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탓인가...


BY 낸시 2005-05-08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우리가 음식점을 열기로 한 장소 옆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한국사람이다.

누가  음식점 할 장소의 유리를 깼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다.

남편이 나가 보겠다고 한다.

준비를 하면서 화를 낸다.

"그렇게 험한 장소에 자리를 잡으니 이런 일이 일어나지..."

귀에 거슬린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당신이 인상을 쓰고 다니니까 그랬다고 하면 듣기 좋겠어?..."

화가 나서 말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들어 내리고 대꾸를 했다.

이 말에 남편은 말이 없다.

그러더니 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따로 사는 아들에게도 전화를 한다.

아들도 나오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음식점 장소에 도착해서 깨어진 유리를 보니 남편은 다시 화가 나는 가 보다.

주차를 해서 안되는 장소에 주차를 하고, 나는 차 안에 남겨둔 채 내려서 둘러본다.

주차위반 딱지를 뗄까봐 나는 차 안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드디어 비와 쓰레받이를 들고 나타났다.

근처에서 가게하는 한국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빌렸을 것이다.

차 안에 기다리고 있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깨어진 유리조각을 쓸어 모은다.

차부터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해도 들은 척 만 척 계속 비질을 한다.

언성을 높인 목소리가 두어번 오고가고 남편은 비와 쓰레받이를 내게 넘기고 차를 옮긴다.

경찰을 만나 신고를 하고 경찰에게 받은 명함도 내게 건넨다.

그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겠지...

 

아들이 나타났다.

자기가 쓸겠다고 한다.

비를 아들에게 주었다.

남편이 나타나 자기가 쓸겠다고 한다.

남편은 얼굴은 굳어져 있어 누구라도 화가 났음을 알 수 있는 표정이다.

아들은 날더러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가란다.

무슨 말인지 안다.

아들은 항상 남편의 표정이 못마땅하다.

그렇게 쉽게 화가 난 표정을 하면 레스토랑 영업에 독이 된다고 말해 왔었다.

낮에도 남편의 표정 때문에 아들과 조그만 실랑이가 있었다.

남편이 우리가 심은 꽃을 밟고 서 있는 홈리스에게 퉁명스런 표정을 보여 그 사람이 화가 난 것 같다고 아들은 무척 신경을 썼었다.

하긴 나도 가끔 그런 남편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혹시라도 화풀이로 유리라도 깨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상 주의를 주었었으니까...

표정관리를 하려고 애쓰지만 아들녀석도 화가 났다.

남편이 낮에 화를 낸 것과 밤에 유리가 깨진 것이 공교롭게 일치하지 않느냐고 한다.

아들녀석을 나무랐다.

"니 맘 만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니다. 다른 집도 두 세 달 간격으로 유리가 깨진다고 하는데 아빠같은 사람도 없는 그 집은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되는 거지?..."

"하긴 아빠 같은 사람은 둘도 없을테니까..."

아들녀석의 불평을 남편이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유리가 깨진 일로 남편은 아들과 내 탓을..., 아들은 제 아빠 탓을 했다.

그럼 나는 누구 탓이라고 생각하나...

누구 탓도 아니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지...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유리가 깨지면 가정의 평화도 깨지기 쉽다.

둘 다 잃지 않도록 해야지...

나는 아들과 남편 사이에서 화평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 본다.

유리가 깨지는 것은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평화가 깨지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빠와 아들 사이의 평화가 깨지는 것은 아내이고 엄마인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