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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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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산행기 (검봉산)


BY 동해바다 2005-05-06

     
     삼척시 원덕읍 작은달마을(9:45출발) - 검봉산(682m) - 이천리
     05.  5.  5

     


     ♬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
     시냇물을 만나면 저절로 흥얼대며 나오는 노래이다. 
     하늘맑고 투명한 5월, 벌써 여름이 온 듯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주차해 놓은 도로변 논의 질펀한 못자리에 물꼬가 트여 졸졸졸졸 시냇물로 유입하는
     소리가 산뜻한 봄의 교향악으로 들리는데 등산복 차림의 우리의 모습을 보고 저 멀리
     산불 감시요원이 점점 다가온다.

     이 달 중순까지 일반산행이 금지되어 있는 강원산야의 곳곳 특별한 허락없이는 입산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잡지에 '오지산행' 소개차 오르게 된 산행인지라 입산허가증을
     받아놓은 상태였고, 이를 모르고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은 산에 오르면 큰일난다고
     선심쓰듯 가지말라고 말을 한다. 여유있는 우리들의 몸짓, 기자와 요원의 주고받는 말에 
     안심한 할머니는 그제서야 입가에 웃음을 띄워준다. 못내 걱정이 되었나보다. 산 오르기
     에 앞서 잠시 앉아 과일을 깎아 나누어 먹으며 마을이야기를 얻어 듣는다. 

     순간의 실수로 인해 일어나는 산불이 아름다운 강산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모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터라 감시요원의 철저한 통제가
     아니고선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산행 적기의 계절이다. 
     
     '조심할게요' 인사를 남기고 오르는 산행 들머리의 마을입구에는 작은달 小月이라는 글
     자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를 이름을 가지고 모두들 너무 
     예쁘다고 아우성이다. 앞에 흐르는 소월천을 약간의 경사진 곳에서 굽어보고 있는 몇 
     호 되지 않는 집 마다 꽃들이 심어져 있어 아기자기한 소월동네의 평화로움을 지키고 
     있는듯 해 보였다. 자목련과 앵두나무, 꽃잔디가 바위틈 사이사이 피어있었고, 모란도 
     짙은 자주 빛을 뽐내며 담너머 지나가는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다.

     
                                                                                                            애기풀꽃


     3월에 다녀온 오지산 '쇠마지기봉'에 이은 산행, 약물골로 내려와 이천3리 마을로 하산
     했던 지난 산행에 이어 건너편 황량했던 산에 초록물감 칠해놓은 산야 속으로 로 하나 
     둘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푸르른 풀잎 사이로 보라색 꽃들이 눈에 뜨인다. 애기풀꽃, 제비꽃, 구슬붕이 등 봄이면 
     항상 선보이는 봄꽃이 제철만나 활짝 피어있고, 미역취, 나물취, 개미취 등 나물이 여기
     저기 돋아나 있었다. 나물이라면 냉이와 쑥 정도로 국한되어 있는 내 지식주머니 속에
     한꺼번에 용량초과될 정도로 많은 것이 속속들이 들어온다. 

     특히 암과 수가 함께 공존한다는 개미취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자연의 신비에 한번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음양의 조화에 또 한번 보고 배운다. 함께 돋아나 있거나 불과 몇
     센티 간격을 두고 암나물과 숫나물이 올라오는 개미취는 지금 한창 올라오는 새순을 뜯
     어 무쳐먹는다고 한다. 가을이면 보랏빛 꽃이 피는 국화과의 이 산나물은 항시 봄이면 여
     리디 여린 순으로 나와 사람들의 입맛을 돋구게 만든다니 늘상 베푸는 자연에게 미안하
     고 고마운 마음이 들 뿐이다. 


       
                                    미 역 취


     검게 그을려 있던 산야에 초록이 숨을 쉬며 짙은색 베어가는 산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고사리가 땅을 뚫고 올라와 오통통한 몸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몇년 전 산불난 장소에 우후죽순 올라온 고사리 꺾으러 갔던 나물꾼들이 낭패를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검은 잿더미속에서 올라오는 푸른 고사리가 눈에 
     쉽게 뜨여 꺾기도 쉬었겠지만 산촌사람들 앞에서 보였던 여유가 재난을 겪고난 사람
     눈에 미웁게 보였던 것은 당연하였을 것이다. 또한 나물뜯는 사람들에겐 그 시기가
     적격이기에 기회를 놓치면 나물이 세어져 먹을수 없을것이라는 변명도 있기는 하였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보고 갔어야 했을것을...산행을 해보니 그 힘들여 채취한 수고로 사 
     먹는것도 아깝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잎들과 함께 올라오는 고사리를 보기란 내 눈에는 숨은그림 찾기처럼 어려웠다.
     도둑질도 해 본 사람이 한다고 나물도 뜯어본 사람이나 뜯을줄 알았지 산행을 하는 내겐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물보다 야생화가 더욱 눈에 들어와 그것을 사진에 담는 
     작업만 열심히 하였다. 

     토종제비꽃과 각시붓꽃이 보라옷을 입고 자매처럼 나란히 선을 보이고, 한쪽에서는 개  
     화 준비를 하고 한쪽에서는 활짝피어 환상의 코발트빛 색을 발하고 있는 구슬붕이의 모
     습에 한껏 빠져 본다. 손톱만큼이나 작은 나팔모양의 구슬붕이는 키가 너무작아 우리들 
     눈에 쉽게 뜨이질 않았지만 용케도 발견해 낸 나의 눈에 눈맞춤 하고 만다. 수줍어 더
     욱 작아지는 꽃이였다.
 
       
                                    각시붓꽃                                                     제 비 꽃
     
                                  구슬붕이 개화 전                                                 구슬붕이
     
                                    구슬붕이                                                      제 비 꽃


     쑥밭처럼 연한 쑥색의 물결이 일렁인다.
     잎새가 바람이 흔들리면서 반짝거리는 둥글레 밭...
     한 뼘 정도 올라온 둥글레가 초롱모양의 꽃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색도 고와라...

     결고운 잎새아래 오롯이 몸단장하고 있는 둥글레에 욕심이 앞선다.
     한촉씩 심어 3,000원씩 받았던 화원 앞에서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이것역시 죽순처럼
     올라오는 뿌리하나 캐낸다고 누가 뭐라할까 싶기도 했지만 도저히 양심상 허락칠 않아
     그 옆 얌전하게 씨 여물어 고개 푹 수그리고 있는 제비꽃의 터트릴듯한 씨방을 받아
     호주머니 속에 담아왔다. 꿩대신 닭이라고, 제비꽃 씨앗 발아하여 이것으로나 대신해야
     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발아나 제대로 하려는지.....

       
                                                                     둥   글   레

     청량한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능선마루에서 나도 한번 숨을 고른다.
     선씀바귀에 맺힌 씨주머니가 활짝피어 있는 꽃을 수호하듯 주위에 뺑 둘러져 있다.
     잿빛 산야에 이렇게도 곱고 푸릇한 색감이 드리워지다니 계절의 여왕 5월이라는 말이
     조금도 무색치 않을정도로 아름답다. 짙어가는 초록의 평원속에 잠들어 있는 고요를 
     우리가 깨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선씀바귀                                              솜방망이

     12시 35분경 산속에 나물이 지천인데 도시락 찬으로 나물이 또 나오는 진수성찬을
     맞으며 배를 불린다. 봄철 입맛돋구는데는 나물이 최고이다. 씁쓸한 맛으로 혀끝을 
     자극시키면서 그 독특한 향에 산나물 애호가들은 봄이면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그 봄의 미각 돋굴 봄나물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나물채취에 
     나서는가보다.

     700여미터의 높지않은 산, 올라가 만나는 능선마루 마다 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쉼호흡으로 하나가득 마시고 또 발길옮긴다. 오후 세시쯤 넘어 발견한 삼각점에서 제를 
     올리고 멀리 보이는 울진의 응봉산과 반대편의 영월정선의 산야를 눈에 담곤 흐려지는 
     날씨에 차가와지는 공기와 부딪치며 열심히 하산을 서둘렀다.

     뻘쭘하니 키큰 싸리나무 동산 사이사이 걸어가려니 앞서간 사람들이 때려주는 나뭇가지
     가 얼얼하기만 하고 뒤에서 붙잡는 가지역시 가지마오를 연발하는 것 같아 애를 
     먹었다. 또한 칡넝쿨 새순이 돋아 주변의 모든것을 감아 올라가고 있었다. 거기에 발목
     부여 잡히면 영락없이 걸려 꼼짝못하게 된다. 그곳역시 고사리가 지천이었다. 

     4시 40분경 하산완료....
     한 일행의 친정이라는 장소에서 잠시 머물러 노모의 정갈스런 술상에 모두들 입이
     함지박만하여진다. 푸짐하게 담아낸 두릅무침과 문어회, 쑥떡을 방금 기름에 두르고
     구워낸 고소한 맛, 시원한 맥주등 융숭한 대접에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냉큼 받아 먹는
     우리는 감사 또 감사의 인사를 답례로 하며 승용차에 12명이 구겨져 털털거리는 시골동
     네를 벗어나 다시 아침에 출발하였던 소월동네에 도착하니 시간이 꽤 늦어 있었다.

     매월 참석하게 되는 오지산행으로 '사람과산'이라는 잡지에도 소개가 되고, 즐기는
     산행도 하고, 또 무상으로 얻을수 있는 것을 감지덕지 안면몰수하고 받아오기도 한다.
     점점 더 녹음이 짙어갈 산중의 산은 오월이 제격이라 생각한다.
     짙어가는 녹음 못지않게 봄 산에 점점 물들면서 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산중독일까 싶을 정도로....

     산이 그곳이 있기에 나는 늘 그곳으로 향한다.


     
       
                                           머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