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달갑지 않은 비가 비가 내립니다.
내일까지 비가 더 내리다가 오후부터 갤 것이라고 하네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 보다가
정기적인 건강체크를 할 때가 지난 것 같아
잠시 시간을 내어 병원엘 갔습니다.
불혹을 넘기면서 그동안 거의 가보지 못했던
병원엘 가서 혈압도 체크하고 피도 뽑았습니다.
그리고 초음파실에 누웠습니다.
3년 6개월전 아버님도 이 자리에 누워 계셨을 그 곳에
오늘은 제가 누웠습니다.
그 때 아버님께서는
그리도 큰 병이 당신 몸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했을까?
아니면 겁 먹은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 보셨을까?
초음파실에 누우신지 한달뒤에
당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셨을까?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지난번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틈틈히 운동도 하십시요'
'알겠습니다.'
신발을 신고 초음파실을 나오는데
왜 그리 눈물이 흘러 내리는지?
대기실에 앉아 있던 환자들이나 간호사들은
무슨 큰병이 걸려서 울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 줄도 모릅니다.
눈물이 없어서 독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왜 5월이 되면서 아버님 생각만 나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엊그제 점심을 먹고 걸어 오다가
아버님 같으신 분이 계셔서 뒤로 돌아가 봤지만
아버님이 아니셨을 때도 눈물이 나왔는데..
이러다가 울보가 될 것 같습니다.
칠남매를 키우시면서 대학 가르치느라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시고 입지도 못하시고
헌신만 해 오신 우리 아버지.
당신 뱃속에서는 나쁜 병이 온 몸을 채우고 있을 때
힘들고 고통이 몰려와도 진통제를 드시면서
고통을 참으셨던 내 아버지.
아버님을 산에 묻고 와서 열어본 신발장에는
고이 간직해 놓은 검은 구두 한켤레가 있었지요.
장롱에는 볼품없는 시계와 변변치 못한 유행이 다 지난 양복 두세벌...
아버님을 산에 모시고 온 날처럼,
제 가슴에 지금 흐르는 마음의 눈물처럼,
오늘도 하늘은 눈물을 슬프게도 계속 토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