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투박한 손을 가졌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내 엄지 발가락 굵기 만큼은 되겠다고 그 손을 보면서 생각하곤 하였다.
시골 아낙네의 손이야 고운 손이 어디 있으리오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거칠고 마디가 굵은 손이었다.
양 끝이 뿔처럼 솟고 가운데는 닳아진 손톱을 보면 저절로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 손이었다.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열 여덟 살 적 아버지에게 시집 올 때는 그 손도 섬섬옥수 고운 손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어떤이가 날보고 그랬다.
얼굴을 보면 부잣집 막내딸 같은데 손은 가난한 농사꾼 딸 같다고...
어머니 손에 비하면 정말 고운 손인데, 다른 이 눈에 그리 보인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나름대로 열심히 농사일을 도우려고 애썼는데...하는 생각이 스친 때문이다.
그리고 곧 어머니의 손이 떠올라 그런 자신이 부끄러웠다.
좀 더 도와드렸으면 좋았을걸...어머니에게 미안하였다.
어머니 손을 좀 더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딸은 고운 손을 가졌다.
길쭉길쭉한 손가락에 잘록한 마디, 잘 다듬어진 손톱을 가진 손이다.
가끔 그 손이 이쁘기 보다 밉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집안 일을 돕는 것은 고사하고 제 방 청소도 제대로 안하는 손이기 때문이다.
요즘 음식점 메뉴를 만들기 위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던 아들이 날더러 핸드모델을 하라고 한다.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으려고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단다.
젓가락을 들고 아들이 원하는 포즈를 취하다 보니 내 손이 그리 밉게 보일 수가 없다.
그리 미운 줄 미처 몰랐다.
힘줄이 돋고 마디가 굵은 시꺼먼 손이다.
어머니 손이 생각났다.
딸 손도 생각났다.
결국 아들은 핸드모델은 쓰지 않기로 하였다.
핸드모델을 하기엔 너무 미운 손이었던 것이다.
게으르다고 구박했던 딸 손이 있었더면 하고 아쉬워했다.
딸 손도 아름다운 손임을 비로소 알았다.
모두 아름다운 손이다.
어머니의 손도, 딸 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