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콜레스테롤을 감소하게 하는 약을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는 약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본다.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먹게 되면 평생 먹어야 되는 거란다.
내가 먹을 것은 아니지만 약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아 싫다.
콜레스테롤의 원인도 찾아본다.
음식, 유전, 운동, 스트레스...
우리집 음식은 원인이 될 수 없다.
잡곡밥, 야채, 과일이 주식이다.
튀기거나 볶는 것도 없다.
샐러드 쏘스도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운동도 그만하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쉽게 싼 값에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다.
유전, 스트레스...
내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조항이다.
그저 속상할 뿐이다.
결혼하고 남편은 약을 달고 살았다.
툭하면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를 혼자서 처방하고 사다 먹었다.
날더러 사다 달라기도 하였다.
난 그런 심부름 하는 것은 거절이다.
그깐 일로 약을 먹는 것은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처방은 감기 몸살은 쉬는 것이고, 두통은 참는 것이고, 배탈은 굶는 것이다.
남편은 그런 나를 인정머리 없다고 화를 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약국 심부름은 사절이다.
그뿐 아니라 남편이 미리 사다 놓은 약을 청소하면서 쓰레기 통에 버린다.
나랑 싸우기 지치고, 약사러 가는 일이 귀찮고, 차츰 남편은 약을 못 먹게 되었다.
그렇게 이 십 여 년을 살고 나더니 남편은 시어머니가 아파서 약을 먹으면 먹지 말라고 말린다.
자기가 해 보니 약을 먹으나 먹지 않으나 결과는 마찬가지고, 오히려 약을 먹지 않으니 더 건강해졌단다.
시어머니의 약에 대한 의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약 중독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그래도 누가 몸에 좋다고 하는 약이 있으면 먹어야 한다.
몇 년 전 가끔씩 피를 토해 병원에 가니 비정형성 결핵이라고 하였다.
전염성은 아니지만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하거나 해야 한단다.
결핵 종류는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지만, 특히 이런 경우는 약을 오랫동안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해를 넘기도록 약 먹기를 거부하다 병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말에 차라리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하긴 의사도 약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으니 약보다는 수술을 권한다고 하기도 하였지만...
수술하고 나서 진통제도 싫다고 그냥 버티었다.
무식한 짓이라고 하였지만 약이라면 무조건 싫으니 별 수 없다.
견딜만 했다.
수술을 했어도 결핵약을 한동안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는 의사와 실랑이를 했다.
수술 전에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처럼 하기에 수술을 받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더니 의사가 삐졌다.
의사를 삐지게 하는 것은 정말 지나친 것 같아 약을 먹기로 하였다.
육개월을 먹기로 했는데 중간에 간이 나빠졌다고 그만 먹자는 말에 날아갈 듯 좋았다.
그 후 육개월마다 검진하러 오라는 것은 사절이다.
재발했을 경우 다시 수술하고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약 먹는 것이 싫어, 아프면 그냥 병원에 가지 않고 죽기로 결심하고 산다.
먹는 것 절제하고, 낙천적으로 웃으며 사는 것이 약보다 건강에 더 좋은 것이라고 이제는 동의하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꼬박꼬박 육개월에 한번 검진도 받으러 가고 의사 처방이 떨어지면 약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아무리 부부지만 남편의 인생은 남편의 것이고 이것까지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님은 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이 유전적인 원인 같다고 하니 그런 유전자를 물려 준 남편의 부모도 원망스럽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남편의 성격도 밉다.
그로 인해 억울하게 남편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었는데...이제 그것이 콜레스테롤의 원인이라니...
이 글을 쓰는 것으로 약을 싫어하는 내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
남편이 먹기로 결정한 약이라면 내가 싫은 내색을 하면 안될테니까...
나도 참 유난하다.
그런데도 자꾸 약이 싫다는 생각이 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