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쯤인가.. '날으는 신발끈’이란 작품이 있었다. 2001년 우연히 얻게 된 초대권으로 보러 가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공짜 초대권이었다는 것도 있지만, 제목 옆에 써 있는 ‘교육연극’이란 타이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소제목으로 ‘연극으로 풀어가는 우리 아이와의 대화’ 라는 뜻의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교육극단 달팽이’라는 주최 측의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뭐 그렇다고 돈을 주고 봐야 한다면 당시로는 꽤 망설였을 것이다.
공연 내용은 찍찍이 운동화만 신던 주인공 아이가 드디어 끈으로 된 운동화를 신게 되었는데, 방법이 쉽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엄마한테 물어보았고, 어머니는 바쁘다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화가 난 아이가 벽에다 운동화를 던지고 갑자기 그 운동화를 맞은 벽이 아이에게 말을 건다. 그렇게 주인공 아이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벽아저씨, 파리, 지네공주 등을 만나고 그들과의 대화와 행동 등을 통해서, 엄마와의 대화 방법과 친해지는 법을 알게 된다. 엄마 역시 너무 바쁜 나머지 아이와의 대화와 사귐이 힘들어지자, 복사기를 하나 사서 각각 다른 유형의 복사엄마 다섯을 만든다. 이 서로 다른 엄마들은, 실제 우리가 행동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볼 때마다 아하~ 내가 저랬지 하는 느낌이 들게 되는, 어쩌면 친근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의 유형과 엄마들의 유형을 분석하고, 서로 맞는 대화방법을 보여주고, 나중에 공연 후에 이어지는 포스트 워크숍을 통해, 적절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연극이었다. 독특한 것을 떠나 부모 된 사람이면 꼭 봐야 하는 것이 교육연극이 아닐까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공연이었다.
그 후, 교육극단 달팽이의 연극들은 빠지지 않고 보았다. 작년에 보았던 고구려 역사 바로 알기 ‘동명성왕’도 좋았고, 문명이나 자연이냐를 관객들로 하여금 선택의 돌을 통하여 직접 선택하게 하였던 ‘아나콘다’의 정글여행도 좋았다. 회원가입도 하고, 뉴스레터도 받아보며, 어디를 가서도 자발적으로 선전을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평일과 주말 전부를 교사들의 인솔을 통한 학교 단체 공연만으로 해서, 실제 일반인 들이 볼 기회는 일요일뿐이라는 것인데, 극단의 방침이 그렇다니 후에 일반 공연의 횟수를 늘려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교육극단 달팽이에서 보내온 뉴스레터를 보면, 5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꽃. 섬. 왕자’라는 교육연극을 올린다고 한다. 현 독도 문제를 정치적인 면에 기대어 풀지 않고,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다시 보고, 독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야생화와 그 설화를 국악과 마술로서 풀어낸 교육연극이라고 설명되어져 있다. 일단은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작품보다는 그 작품을 만든 곳을 보고 선택하는 편이고,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다. 보신 후에 ‘어째서 이런 말도 안돼는 작품을 권했어.’ 라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욕을 달게 받겠다. 지금까지는 많이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