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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시 가고픈 북한산이여


BY 동해바다 2005-04-22



     우이동매표소(08:00) - 우이산장 - 깔딱고개 - 백운산장 - 백운대(836.5m) - 위문 - 
     용암문 - 북한산장 - 동장대지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승가봉 - 사모바위 - 응봉능선 - 삼천사매표소- 진관내동(16:20)

     05.  4.  19
 


     아! 터질 듯한 이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숨막힐 듯 아름다운 비경 앞에 불원천리 달려온 걸음걸음 가쁜 숨 몰아쉬며 오르는
     우리의 가슴이 벅차기만 하다. 산행후 며칠이 지났어도 가라앉지 않는 이 두근거림을
     잠재워야 할텐데 아직도 여운이 가슴가득 남아있는 북한산행은 참으로 내게 던져주는
     메세지가 강했던 뿌듯하고도 감회가 남다른 산행이었다.
     
     기대했던 산행은 설레임을 동반하여 오르면서 차츰 차분하여진다. 돌아와 평상의
     여느 주부처럼 바삐 움직이다 보면 이내 잊어버릴 수 있는 산행, 하지만 이렇게 여운이
     길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30년만에 밟아본 서울의 산이 오묘하고 기괴한 바위산이라
     는 사실을 감지하긴 했어도 함께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그 어떤 행복감보다 더한 진한 
     느낌의 8시간이었다.

     여고시절 처음 우이동을 거쳐 올랐던 백운대에서 풋풋한 추억을 들춰낼 수 있었고
     오솔길 따라 걷던 북한산성 길에 내 젊은 날의 향수를 살포시 끌어내어 산행중 잠시
     시간여행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다. 능선따라 가는 산길에서 바라보는 서울 땅
     어디만큼 내 유년시절과 젊은날이 담겨있을까 찾아보기도 하고, 동서를 가늠해 보기도
     하니 어찌 감회가 남다르지 않겠는가. 황사가 심하여 비록 흐릿하게 보였던 도시였지만
     변하긴 했어도 그대로인 동서남북을 바라보면서 나는 깊고깊은 저 기억 속의 뒤안길로
     잠시나마 다녀오곤 하였다.

     아마 이런 기억들이 깊이 잠재되어 있었기에 이번 북한산행이 여느때보다 더 설레였나
     보다.


     


     북한산......
     산행후 너무나 새롭게 내게 다가온 북한산이다. 
     펼쳐든 지도속의 실타래처럼 얽혀 100여가닥이 넘는 등산코스와 수많은 봉우리와 암릉,
     먹어보지 못하고는 음식 맛을 알 수 없듯이 산을 올라와 본 자만이 산 맛을 알 수 있는 
     맛깔스런 산이었다. 맛보기하러 들어가는 산 속에 서른네 명의 회원들이 한마음이 
     되었다.

     미명을 뚫고 내달리던 버스는 동이 훤히 트인 8시쯤 우이동계곡 앞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산 들머리의 봄이 먼저 양옆 사열하여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목련과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꽃 색깔이 흐릿한 날씨 속에서도 진한 색깔을 연출하고 있다.
     도선사까지 오르는 길부터 오름길이라 초반 페이스가 빠르다 보니 일찌감치 지치는
     일부 회원도 있었지만 모두 힘을 내어 매표소까지 무사히 올라 한꺼풀 겉에 걸쳐 입었던 
     옷을 훌훌 벗어 배낭속에 꾹꾹 집어넣는다. 


     
     
                      노란제비꽃의 다양한 모습


     흡사 양지꽃인냥 노오란 자태로 품위 유지하고 있던 제비꽃이 단체관광 나왔는지
     수없이 무리를 지으며 북한산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쇠난간을 타고 오르는 길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함께 느낄 수 있어 그 짜릿함에 발의 가속도가 붙을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이 더욱 산에 오르는 묘미감을 주면서 안개에 휩싸인
     인수봉을 바라다 본다. 강원의 기암괴석과는 전혀 다른 화강암 100%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벽 앞에서 사람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곤 한다. 스릴 먹으며 암벽을 등반하는
     전문가는 바위벽에 붙어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기가막힌 경치를 통째로 보는 기회까지
     누리며 만끽하곤 한다. 흐린 날씨에 암벽등반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백운대 정상에서

  
     백운대를 높이 올려다 보며 포기하는 몇 명이 나오긴 했지만 씩씩한 여전사처럼 모두가
     자신있게 정상을 오를수 있었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던 백운대..
     그곳까지 나는 별 어려움 없이 무사히 올라가 너른 암반위 열여섯 통통했던 나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때 그 아이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자칫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정상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바위에 찍힌 디딤자욱 따라 쇠난간 부여잡고 씩씩하게
     내려가는 길, 아들같은 군인들이 훈련차 올라오고 있다. 곧 내 아들도 나라의 부름을
     받을텐데 모두가 우리의 아들처럼 보여진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있는 위문을 통과하니 고양군에서 세워놓은 푯말이 보인다.
     천고지가 넘는 강원의 산을 넘나들던 우리가 해발 800여미터밖에 되지 않는 산 앞에
     어찌 쩔쩔맬수 있는가. 하지만 높이가 문제가 아니였다. 예로부터 북한산은 설악의
     공룡능선 못지않은 험한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데 나는 무엇을 알고 또 어디를
     다녀왔던 것인지 알수가 없다. 하긴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가벼운 점심 싸 들고 봉우리
     몇개 넘어 서너시간 되는 정도의 높이에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니 북쪽
     에서 출발하여 근 8시간을 암벽  타오르고 바위능선 걸어 응봉능선을 마지막으로
     기자촌까지 내려온 우리 회원들의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물론 힘들게 걸어간
     산행일 수도 있었지만 무사히 마칠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품고 있었던 자신감이 아니였
     을까 싶었다.

     
     


     깔끔하게 새로 단장한듯한 대동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을
     바라보니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목표지점이 그곳에 있기에 시간지체할 여지 없이
     곧바로 출발이다. 산성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황사도 조금 걷혔는지
     서울시의 모습이 훤히 보이기 시작한다.  네시간여 걸었을까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
     멀게만 느껴졌던 대남문에 도착 새벽녘 부지런히 싸온 점심들을 풀어 헤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준비한 먹거리가 진수성찬이다. 포도주와 매실주 역시 빠질수 없는
     감초같은 음료였다. 달작지근한 과실주에 일배일배 너도 취하고 나도 취한다. 하지만
     산속에서 어느정도 마셔야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듯 적당히 마시곤 배불리 먹었던
     자리에 티하나 없이 깨끗함을 뒤로 하고 오후 산행도보를 시작한다. 


     


     포만감에 오르는 오름길이 이보다 힘들 수 없다.
     퍼질러 쉴 수 없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한 우리산행은 인내심이 없으면 도저히 힘들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강원의 산하를 꿰차고 있는 대장일지라 해도 북한산 앞에선 
     어쩔수 없나보다. 지도를 펼쳐들고 목적지 따라 내려가는 길, 길에서 만난 산사람에게
     물어보다 방향을 잘못 잡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병가지상사라 뭐라 할 이 
     없이 '빠꾸요~~~'하며 후미가 선두되어 음지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둥 농담주고 
     받으며 다시 오던길 되돌아간다. 


     
                    대남문                                                              사모바위

  
     청수동암문을 통과하여 비봉과 향로봉쪽으로 향한다.
     험난하다는 칼바위능선도 타보고 싶고 진흥왕 순수비가 있다는 비봉도 가보고 싶었다.
     아직 체력이 밑바탕 되기에 더욱 스릴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모두가 하나
     되어야 함에 순수비조차 보지 못하고 우리는 사모바위를 거쳐 응봉능선을 향하여 내려
     갔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고자 헤매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속의 '사모바위'가 웅장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주변은 헬기장과 함께 너른 암반을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이 쉬어가는 길목이기도 하였다. 잠시 숨 고르며 그곳에서 목도 축이고
     후미에서 힘들게 따라오는 일행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키작은 보득솔들이 즐비하니 산을 장식하고 있는 북한산, 낙락장송을 자랑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있는 강원도의 소나무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기처럼 작은 소나무
     이긴 하지만 그 아담함이 바위산과 어우러져 더욱 그 아름다움을 빛내주고 있는 듯 
     보였다.

     기자촌 어느교회 쪽으로 하산하기로 한 우리 일행은 응봉능선의 진달래꽃과 불어오는
     바람에 피로가 잠시나마 씻겨나가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로프하나 없는 내림길에
     모두가 바위 뿐이니 안심할 수 없는 노릇, 모두가 긴장한 상태로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서로서로 잡아주는 손에 우리 회원들의 정이 더욱 두터워진다.


     


     선두와 중간 그리고 후미에 이어지는 무전기 교섭은 무사고와 이탈자 없이 산행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어느 개그맨보다 뛰어난 재치스런 문답들이 호탕한 웃음 날릴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일원 속에 하나가 되어있음에 더이상의 충만감이 따로이 필요치 않을 
     정도였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으로 내리막길에서 애를 먹었던 회원을 빼고는 무탈 하산 완료하였다.
     삼천사매표소를 뒤로하고 내려오니 시민들의 체력단련장인 자그마한 운동기구들이
     보이면서 가족을 동반한 모습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그 색을
     더하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회원들 전원에게서 용기백배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모두들 웃음가득한 산행을 마치고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 기다리고 있는 강원의 버스 속으로 들어간다.

     산행 며칠이 지났지만 남아있는 여운에 백운대와 뿌연안개로 둘러쌓여 있던 인수봉,
     눈으로 보고 지나쳤던 수많은 봉우리들이 가물가물 거린다. 언제 또 한번 와볼수 있을까.

     마치 연인을 두고 떠나온 사람처럼 내내 다녀온 산을 생각하면 두근두근거린다.
     어려운대로 그 묘미를 느끼면서 다녀왔던 북한산행은 잊지못할 산행기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아......다시 가고픈 북한산이여
     꼭 다시 찾아오리라

      북한산에서 만난 야생화

     
    
                  노루귀                                                              처녀치마
     
                  현호색                                                              남산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