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남편의 한마디 한마디가 왜 이렇게 섭섭하게 들리는지 가슴까지 차오르는 뭔가를 주체할수 없어 친구만나 차라도 한잔 하고 오라는 남편의 배려가 하나도 고맙지가 않다.
내가 좋아 긴세월의 직장생활 접고 안주한 가정이지만 가끔은 나의 존재에 대해 무의미해 지기도한다. "둘이 갔다와" 시댁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는 아이와 남편 앞에서 "난 그냥 집에 있을래" 어느 아파트 광고에서 본 미모의 그녀처럼 흉내를 내본다. 광고의 그녀는 편안한 집을 내세웠지만 난 오늘 이순간 모든것이 귀찮았다. 아이와 남편 뒤에 가리워진 나의 모습, 그렇다고 옛날의 차가운 현실의 사회속으로 돌아갈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가끔 운동복 차림으로 마주치는 직장후배와의 만남에서 화려하진 않았지만 예전의 나는 이게아니었는데 싶다.
누웠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기야 나 가다가 시내에서 좀 내려줘" 늦은밤 솥뚜껑만 운전하던 아줌마가 약속을 잡아 놓은것도 아니고 할것도 없으면서 부시시한 얼굴에 주섬주섬 옷을 차려 입고 남편과 아들 뒤를 따라 나섰다. 화려한 네온싸인의 밤거리 분명 예전에 내젊음의 활기참과 같이 했던 그길이 아니었다.여기 기웃 저기 기웃 왠지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리 넓지 않던 중앙로는 여기 저기 횡단 보도가 없어지고 아련한 추억의 찻집들은 화려한 새단장으로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빽빽한 노점들의 화려한 불빛아래 저 먼나라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까지 합세한 액세사리 노점.보세옷들,쾅쾅 울려대는 음악소리, 오랫만에 느껴보는 나만의 활기참이었다.
늦은 저녁 중앙로에서의 2시간여 동안의 나의 행보 오랫만에 나의 가슴을 뚫리게 해주었다. 겨우 내손에 쥐어진것은 민소매 티셔츠 두장 둘둘말아 가방에 넣었다. "이것도 괜찮구나" 가슴이 막혀오는 어느날이 또 오겠지 그럼 또 나와봐야지 시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