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 아저씨 사랑에서 놀다 밤 늦게 돌아오니 도둑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도둑이야, 소리치는 대신 아저씨는 그냥 마당을 가로질로 집안으로 들어가며 느릿한 소리로 말했단다.
"잘 뒤져 보시오만 그다지 가져갈 만한 것이 없을 것이오. 미안하오."
그 말을 들은 도둑은 이리 대답했단다.
"죄송합니다. 그렇구만이요. 이담에는 안 오겄십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끼니거리가 걱정이고, 먹을 것이 없어 남의 집 담을 넘고, 그러면서 도둑맞을 것이 없어 미안하고, 도둑질하는 것이 미안하고...
그 때는 나즈막한 담을 넘어 먹을 것이 오가고, 인정도 오가고, 웃음도 풍성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