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이 된 아들아이의 중간고사가 코 앞입니다.
공부는 나름대로 하려고 하는데 제일 큰 문제가 스스로 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에요.
워낙 책을 읽지 않는 아이라 어휘력이 바닥이고 감성이 좀 무딘 편이라 어감도 부족하지요.
낙천적이 뭔지, 대조적이 뭔지, 댓구를 이룬다는 게 뭔지...
운문이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니까 자긴 도무지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정말 국어공부를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남학생도 가정을 배웁니다.
정자가 어떻고 난자가 어떻고... 사정이 어떻고 자위가 어떻고...
그걸 제 입으로 설명하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혼자 내버려두었더니 도무지 말뜻을 모르겠다며 옆에 와서 좀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사정할 때 정자수가 3억개에서 5억개가 나온다는 내용을 보더니
<엄마, 그럼 사정하면 정자가 보이겠네?>라고 묻습니다.
<그럼, 보이지..> 무심코 대답하다가 갑자기 난처해집니다.
<올챙이 같은게 5억마리씩 나오면 ... 우와>
<야, 근데 올챙이 같은게 보이는 건 아니지. 그것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이는 거지, 한마리한마리가 보이는 건 아니야...>
대답하다가 자꾸만 이상해집니다.
내가 봤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너무 야합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얘기해줍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볼 수 있다는 거야.>
아들은 갑자기 사정하면 선물주는 거야? 라고 묻습니다.
무슨 선물?
사정은 어떻게 하려고?
저 갑자기 말문이 막히고 우왕좌왕합니다.
<누가 사정하면 엄마가 선물 준다던데... 아님 말고...>
교과서에선 임신도 나오고 몽정도 나오고 자위도 나옵니다.
아들은 곧 질문을 퍼부어댈 태세입니다.
<밥 먹자.>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아이는 좀 있다가 먹겠다 합니다.
저는 먼저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큰소리로 묻습니다.
<엄마,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이게뭐지? 어휴...어렵다. 좀 설명해줘요.>
저, 밥먹다 놀라서 체하는 줄 알았습니다.
벌떡 일어나 아이 방으로 가서 문을 닫은 뒤, 가정 공부는 나중에 하고 딴 과목 공부하라고 이른 뒤 식탁에 다시 앉았습니다.
아버님도 저도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는데...
귀가 어두우신 아버님 부다 못 들으셨기를... 어휴, 민망해라.
이런거 남편에게 가르치라 할까요?
친구에게 배우라 할까요?
옛날 저희 중학생일 때도 그런거 알만한 아이는 좀 알았는데... 특히 남자들은 더 잘 안다는데...
제 아인 확실히 어리고 둔합니다.
할머니 손에 자라 아직도 자기가 아긴줄 압니다.
하지만, 이젠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무식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마 후자가 맞을 성 싶네요.
조금 뒤면 다시 아이와 가정공부를 해야하는데.. 이래저래 선물이는 당황스럽습니다.
성교육, 정말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