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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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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친정 나들이


BY 푸른내음 2005-04-20

"엄마, 4월 5일 끼고 한번 갈게요. 하민이가 할머니한테 식혜 꼭 준비해

 두라고 그러네~"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친정 나들이!

천안서 서울까지 한시간 남짓이면 되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댁엔 이 일, 저 일, 때되면 당연히 찾아가게 되지만 친정이야 어디 그런가!

 

드디어 4월3일!

천안에 새로 개통된 전철을 타고 룰루 랄라 신나게 서울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들을 감상하며 간만의 외출을 맘껏 즐겼다.

 

"아이구, 우리 하민이 왔나? 수고 많았제? 아구 민준이도 마이 컸네?"

역으로 마중 나온 엄마의 사투리가 마냥 즐겁다.

"우리 아가좀 보자. 할미가 니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다.

 근데 니 엄만 얼굴이 반쪽이다~"

"엄만, 볼때마다 반쪽이래. 엄마 말대로면 이 큰 얼굴이 벌써 없어졌겠

 다." 

 

엄만, 내가 남편 따라 천안으로 내려간 뒤 두 아들 키우느라 집에서 쩔쩔매는 걸 늘 마음아파 하신다. 엄마가 장사만 아니면 내려와 봐주고 싶으시단다.

2박3일의 서울 나들이가 끝나는 날!

엄마가 싸 놓으신 보따리가 남편이 타고 온 작은 마티즈에 꽈악 찼다.

아기 기저귀 두 박스에 김치가 세 통.. 거기에 백화점 세일할 때 미리 사 두셨다며 건내주시는 옷 보따리가 양손 가득... 그뿐인가.. 맛깔스런 밑반찬에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할머니표 식혜까지..

막 집을 나서려는데 "아고, 깜빡할 뻔했네."하며 엄마가 냉장고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오셨다.

"엄마, 또 뭔데? 차에 들어갈 자리도 없겠다. 그냥 둬요."

"아이다. 이거 니 좋아하는 참외랑 오렌진데 니 동생들 몰래 감춰뒀던거

 다. 애들 안 볼때 얼른 차에 실어라. 니 돈 없다고 과일 못 사먹을 것 같

 아 진작에 사뒀다. 언제나 전해줄까 했더니만 인제사 속이 다 시원하다!

 아끼지 말고 실컷 무라~"

 

코끝이 찡해왔다. 친정에 왔다 가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짠~하다.

진작 잘 할걸... 학교때 엄마 속 썪이지 말걸...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