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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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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BY 낸시 2005-04-16

꽃과 나무가 좋아 가꾸다보니 저마다 다른 환경과 조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햇볕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늘을 좋아하기도 한다.

물에서 사는 것도 있지만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버리는 것도 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 특별히 비료를 많이 주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메마르고 거름기없는 땅에서 꽃을 더 잘 피우는 것도 있다.

꽃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향기도 좋고 모양도 이쁜 꽃이 있는가하면 있는지 없는지 눈에 띄지 않는 꽃도 있다.

무리지어 피어야 이쁜 꽃이 있는가하면 홀로 따로가 훨씬 이쁜 꽃도 있다.

모양은 별로지만 향기 짙은 꽃이 있고, 모양은 아름다워도 역겨운 냄새가 나는 꽃도 있다.

 

사람은 어떨까?

모든 사람에게 같은 환경이 필요한 것일까?

역경이 주어지면 그 역경을 이기고 인간승리를 이루는 사람이 있지만 그만 쓰러지고 마는 사람도 있다.

좋은 환경이 주어지면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좋은 환경이 해가 되어 나태와 안일에 빠져 지나친 향락을 추구하다 황폐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같은 성질을 가졌을까?

 

아이 둘을 키우면서 어쩌면 둘이 서로 저리 다를까 감탄할 때가 많다.

둘을 섞어 반으로 나누면 참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들녀석은 필요 이상의 옷이나 신발을 사다 주면 짜증을 내곤 하였다.

이 옷 입을까, 저 옷 입을까, 신경쓰기 싫으니 그저 빨아서 갈아입을 옷만 있으면 된다 하였다.

옷 색깔도 이것 저것 맞춰입느라 고민하기 싫다고 같은 모양 같은 색깔로 여러개 사서 입는 것을 오히려 좋아했다.

구멍이 난 옷은 스스로 기워입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집에 있으면 엄마 혼자서 밥하고 설겆이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밥은 엄마가 설겆이는 자기가 하자고 하였다.

참 좋은 녀석 같은데 사실은 인정머리가 없다.

제 할 몫은 깔끔히 하려고 하지만 남의 잘못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이 어찌 그럴 수가...하고 비난한다.

딸은 멋부리는 것을 좋아한다.

욕심이 많아 갖고 싶은 물건도 많다.

제 오빠랑 같이 주는 용돈이 항상 부족해서 오빠 용돈을 얻어쓰기 예사다.

엄마 지갑에서 슬쩍하는 일도 많았다.

온 집안을 어질러 놓고 집안 일 도와주는 것은 싫어한다.

골치거리 같은데 좋은 점도 있다.

남이 잘못해도 너그럽게 이해할 줄 안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나는 같은 국민학교를 다녔다.

육학년 때 전교 회장과 부회장 선거에 나란히 입후보라는 것을 했다.

선거운동이라는 것을 할 때 판이하게 달랐다.

담임의 강요로 입후보하게 된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

"너, 나 찍으면 죽어..."

남편은 전교회장이 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중에 어린이회를 이끌어 갈 때도 의젓하게 잘해냈다.

그런 둘이 살면서 참으로 많이 싸웠다.

부엌에서 쓰는 그릇도, 식탁도, 거실의 응접 세트도, 집도, 돈을 쓰는 방법도, 옷을 고르는 취향도 그리 다를 수가 없었다.

아들녀석과 닮은 점이 많은  나는 인정머리가 없다.

그래서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만 헤어지자고 요구하였다.

딸과 닮은 점이 많은 남편은 그런 나도 이해가 되었던 것일까, 이혼만은 하지 말자고 하였다.

 

꽃과 나무를 키우면서 반성한다.

그들이 각기 다른 환경과 조건을 요구하듯 사람도 그런 것인데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했던 것은 아닐까...

남편에게 고마워하자.

이혼하자고 조를 때 그래도 참고 살아 준 것에 대해...

남편은 말이 이랬다 저랬다를 잘한다.

그래도 자기는 초지일관 이라고 주장한다.

초지일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란다.

이제는 그런 남편 말에 고개를 끄덕여야겠다.

그래 맞아...맞아...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은 이래..저래... 배울 점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