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05.04.12 01:11) | 이전ㅣ목록ㅣ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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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요일 저녁 10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난 sbs의 '불량주부'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처음부터 불량주부에 맛을 들인건 아니었다. 시작은 mbc의 원더풀 라이프였으나 -젊은 두 남녀의 육아전쟁을 통한 진정한 사랑 ....에 솔깃해서 봤으나-청춘남녀의 엄마 아빠 노릇은 소꿉장난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엔 사랑얘기로 턴을 하고 현실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에 불량주부를 보게 되었다. 그래도 오랜 공백끝에 출연하는 신애라와 망가진 연기와 웬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손창민이 주인공이라 과연 잘 될까하는 의구심이 안 든건 아니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어쩜 저렇게 생활속에서 푹 익혀진 에피소드가 가감없이 그렇다고 너무 너저분하지 않게 적당히 재밌고 가끔씩 가슴을 찡하게 울리며 연속적으로 올라오는 지 ...... 세심하게 일상을 그대로 옮기는 작가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무엇보다 월, 화드라마 시청률 평정의 일등 공신은 손창민, 신애라 커플의 맛깔스럽고 자연스런 연기가 아닐까 한다. 특히 손창민의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능청스런 연긴 송이와 정말 부녀지간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현관문만 나서면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부딪히는 그렇고 그런 아저씨이나 불량주부에선 절대로 그저 그런 아저씨가 아닌 진정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멋쟁이 짱인 남자이다. 4월 11일자 방송에선 전형적인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의 손창민의 아버지한테 전업주부로서의 모습을 들키고 만다. 집에 들어 앉으면서 갈등을 여러가지로 겪고 있던 차 아버지한테 들켜 당장 마누라 들어 앉히고 취직을 하란 엄명에 아내와 아이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좋아하고 저 또한 부끄러울 것 없다고 당당히 밝힌다....정말 멋진 남자이자 가장이자 아버지의 모습이나 현실적으로 저렇게 범인간적이고 소위 말하는 여성적인 발언을 간단없이 피력할 남자가 몇명이나 있을까? 나또한 남녀불평등의 교육을 받았던 세대로서 손창민의 전업주부의 모습이 처음부터 살갑게 와 닿은 건 아니었다. 드라마니 저럴려니 하며 보는 마음이 더 강했고 오히려 손창민 아버지 캐릭터의 지나치게 보수적인 면이 확실히 현실적으로 와 닿는 건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이 후자에 맞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치마 입은 손창민의 어정쩡한 모습이 점점 눈에 익어가면서 맞다 여자가 일하는데 당연히 남자가 집안 살림을 맡아야지 그래 그래 ...라며 나 스스로도 가치관의 변화가 오고 있었다. 요리학원에서 유민이 주위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에 신경쓰지 말라며 자기 자신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그래 살림하고 애 키우고 마누라 건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중한 일인데 부끄러울 이유가 없지 암....빨래를 개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남자일 여자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전국에 계신 불량주부인 남편되시는 분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자신 또한 포기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보내시기를-----여러분들도 저처럼 월, 화요일에 손창민이 연기하는 구수한 아저씨의 구수한 매력에 한번 빠져보실래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