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있었던 일이다.
운동 댕겨오니 시장끼 한꺼번에 밀어닥쳐
허겁지겁 밥통째 끌어앉고 정신없이 수저질 하다보니
으아악~~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밥알들이
세상 구경 하겠다 아우성들이네..
한번 밀어넣은 고것들 절대로 내 구역 벗어나게 할수 없기에
무거운 몸 어기적어기적 움직여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딸아이가 끝내주는 곡들로 다운 받은 엠피 챙기고
편한 옷 챙겨입고 화사한 봄햇살 속으로 나섰다.
막 꽃망울 터트린 개나리며 목련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눈부신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
배 부르겠다
레파토리 끝내주는 음악 내 귀에 빵빵 울리지
따사로운 기운에 산들산들 봄바람까지
마음이 흥겨우니 여유도 생기네
곧 집에 올 아이 떠올라 좋아하는 간식 챙기고자
마트로 방향 선회
평일 낮이라 그런지
주말엔 꽉꽉 들어찬 인파로 움직일때 마다 부딪히던 몸짓이
한결 여유롭고 수월하게 쇼핑을 할수있었다.
걸어 왔으니 손에 들고 갈수 있을만큼만 사야지?
음..견물생심이라..또 욕심부려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낑낑대지 말고
적당히 적당히..주문 외우듯이..적당히..
효험이 있었는지
그날 내 손에는 간단한 간식거리와 몇가지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졌고
기분 더 좋아진 나는 흐르는 리듬에 맞춰 까딱까딱 가벼운 고개짓에
흥겨운 콧노래..특별히 좋아하는곡이 나올땐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계산대 앞에 섰다.
한참 신나있었는데
감미로운 곡에 심취되어 앞사람 경우없는 행동에도 그러려니 웃음으로 보내 줬는데
뜨앗~~~~
이게 웬 불협화음?
갑자기 귀청이 찢어지는듯 거친 포효가 들려오는거다.
"뭐야..왜 이렇게 시끄럽데?" "도대체 누구야?"
헉..
아뿔사...
순간 주위에 사물이 모두 정지된듯했다.
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던 앞에 중년부인
열심히 계산기 두드리던 마트계산원의 시선
아이 앉고 차례 기다리던 젊은 아낙의 시선
아 맞다..
내가 지금 엠피를 듣고 있지..
헉..그렇다면 이 소리는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
감미로운 음악뒤에 찢어지는 하드락을 요넘의 지지배가 다운 받아 놓은거다..
한껏 부드러운 선율에 취해있던 내게 갑자기 들리던 그 엄청난 소리는
순간 내 판단력을 흐려 놓은거지..
어떡해..아우..쪽~~~~팔려..흐미..
이럴땐 시치미가 상책이여..
힛..그러고보니 내 얼굴엔 반 가리고 남을 커다란 시커먼 앵경이 떡하니 걸려있네..
거기다 옷차림은 또 어떻고..
히피스타일 쎄무자켓에 아무렇게나 목에 걸쳐놓은 스카프..
쫙 달라붙는 진바지..
아니나다를까
내 행색을 좍 훝어 내려가던 그들의 시선은
깜짝 놀랬다며 비집고 나오려는 언어 허겁지겁 밀어넣고
건드려봤자 골치만 아프지 싶었는지
금새 뭔일 있었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오직 시커먼 앵경속에 감춰진 내 눈동자만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을 뿐..
무심한 듯 감춰진 내 가슴만 팔딱이고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