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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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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BY 오늘 2005-04-09

내가 첫아이를 낳을 때 남편은 미국에 있었다.

무슨 대단한 공부를 하러 간 것은 아니고

소위 방황 같은 것을 하느라 다 때려치우고 떠난 것이다.

진통이 시작됬다고 알린 후 3일 뒤에 딸아이를 낳았다.

병원에 오신 시어머님은 아이는 건성으로 보고

날더러 아이를 참 쉽게 낳는다고 하셨다.

3일 진통에 마지막에는 힘이 없어

끝까지 힘을 쓰지 못하고 쉬는 바람에

아이 머리가 표주박 모양 비슷하게 되었다.

원래 진통이 길면 아이들이 많이 부어 나오지 않는가.

몇년 뒤에 둘째 낳으러 갔더니 여의사가 기억을 한다.

"아이고 엄마 그때 하혈 심해서 정신 잃고 그랬잖아

이번엔 잘 해 보자구." 

함께 데리고 간 큰아이를 보며 그런다.

"얘가 걔야? 진짜 미인이네."

어째든 그  당시 집에 돌아가 아들에게 온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의 첫마디가 '니 딸 되게 못생겼다' 였다고 한다.

손주를 보신 할머니가 하는 첫마디가 그러하니 난 어이가 없었다.

이 집안에서 인물없고 머리 나쁘면

자식이라도 취급을 못당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식은 미워도 손주는 예쁘다던 말이 거짓말인가 하였다.

사람의 인물과 얼마나 똑똑한가, 무엇을 먹고 사는가가 주관심사인

시어머니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왜 왕자병인지는 알게되었지만.

타고난 인물은 좋으나 배운 것 없어 억울한데

평생 가난하여 더 억울한 시어머니를

머리로는 이해하려 했지만 종종 가슴에 대못이 박히곤 했다.

남들이 노블 임프레션이 있다고 하는 큰아이 돌사진에

환희 웃는 사진이 있는데

이모 닮아서 못생겨 보인다며 무표정으로 찍은 것을 골라 걸어 놓으셨다.

시누이가 시집을 가서 딸을 낳았다.

정말 인물이 없다.

온가족이 매일 그 이야기였다.

어려서 가족들이 못난이라 하던 것이 마음에 남아있던 시누이는 울었다.

시누이 눈물에 어머님은 조금 마음을 고쳐먹으신 듯 했다.

하지만 간첩도 인물이 좋으면 안타까워 하시는

그분의 성정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어제 동생과 전화를 길게 하다가 옛날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 말이 자기가 아주 오랫만에 우리 시어머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동생아이를 들여다 보면서 하시는 첫말씀이 외탁하면 안되는데...

분이 삭여지질 않는다.

인물 있으면 인물값을 한다던데....

화를 내다가 생각해 보니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인물은 좋으나 자주 보고싶지 않은 얼굴

인물은 별 없으나 또 보고싶은 얼굴

나는 어느쪽이 되어가고 있는가 생각 해 본다.

인물이 아니라 인상이 중요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