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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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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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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잘못은 뭐든지 용서를 해 주는 남자들


BY 늘엄마 2005-04-06

그제 밤..

6학년인 큰 녀석에게..

"야.. 넌 내일 아침이 엄마 생일인데.. 뭐 선물도 없냐?"

"그래요? 그럼 말씀 하시지 그랬어요. 말씀을 하셔야 선물을 준비하죠"

참나원.. 이녀석은.. 꼭 지 아빠다.. 말하는 투나.. 뭐나..

 

"임마.. 니들이 알아서 챙겨야지.. 엄마는 니 생일때 선물 해주고.. 이것 저것 다

해줬고만.. 정말.. 싸갈탱이 없다.. 윤씨들.."

이녀석.. 푸르르.. 하더니...

"에이.. 선물 받을 사람이 미리미리 말해야알죠.. 어떻게 알아요. 저도 제 생일 며칠 전부터 노래 불렀잖아요..엄마도 그렇게 하면 될껄.."

 

입만 쩍쩍 벌리고 말았다.

그리고나서.. 마트에 나가.. 미역도 사고 쇠고기도 사고..

뭐.. 이 나이에 내 생일 챙겨 먹겠다고 내 손으로 국 끓이고 그러는게.. 좀 그래서..

그냥.. 조용히 지나갈려고 했다. 근데.. 막상 국거리가 마땅치 않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오랫만에 미역국이나 끓일까.. 싶어서 사오긴 사왔는데..

 

생일 날..12시가 다 되어 일어나서 그사람과 같이 밥을 먹었다.

그때까정.. 아무 말도 않는다.

괜히.. 심술이 나고.. 화난척.. 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한번 해봐..

 

재작년에 그랬다.

국 끓여서.. 같이 밥 먹으며.. "어때요? 내 생일국 맛이?"

이렇게 말하니.. 화들짝 놀랬던거..

그래서.. 작년에는 생일이라고 두번씩이나 챙겨 먹었다.

 

암튼.. 어제도.. 그렇게.. 할까.말까.. 망설이는데..

 

밥을 다 먹고는.. 그런다.

"자기 오늘 봄 옷 사줄게.."

입이 삐쭉 나와있었는데.. 금새.. 웃음이 실실 나왔다.

 

"자기 알았구나.. 어디가서 사줄건데? 겨울 거처럼.. 할인매장 가서 사주면 안돼..

이쁜 것으로.. 백화점 가서.. 아가씨 같은 것으로 사줘야해요.."

 

씨익 .. 웃는다..

글구.. 전날 큰 녀석이 했던 말을 꼰질렀다.

어쩜.. 말하는 투가.. 그사람일까..

 

그사람도.. 지금은.. 나이 40대 중반이 되어 가니.. 기가 죽어서 그렇지..

참.. 대단한 자존심이었는데..

 

절대.. 내 앞에서 져 주는 거..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내 비위도 살살 마추고..

 

이 세상 제일 무서운게.. 나 화나 있는거란다..

난.. 우리 집 윤씨 남자들에게 화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아깝고.. 그냥.. 안쓰럽고..

 

지금 거실에서 큰 녀석은 영어 단어를 외운다. 12시 반이 되어 가는 이시각에도..

아빠에게 수업 받는 영어 수업시간에.. 시험을 잘 보고 싶어서..

그래서.. 아빠 닮아 영어 잘 한다는 그 소리 듣고 싶어서..

 

우리 큰 녀석은.. 아빠 닮았다는 소리가 제일 좋단다.

학교에서 기말고사 올백을 받아 와서는..

"어때요? 엄마.. 나 아빠 닮은 거 맞죠?"

"그래..그래.. 아빠 닮았구나.."

 

그렇다 보니.. 못하는 건.. 죄다.. 엄마다.

워낙.. 허물도 없고.. 친구 같이 지내는 내 아들인지라..

이 엄마를 만만하게 본 탓도 있으렷다!

가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내가 그런다..

 

"야.. 너..정말.. 인간성 제로다..참 치사해.."

이녀석 심각하게 그런다..

"엄마가 생각해도 저.. 참..치사하죠? 아이구.. 그래서.. 제가.. 이것을

고쳐 볼려고 해도 잘 안 돼요..왜.. 나는 이렇게 치사하고 인간성이

나쁘다냐..아휴.. ..어떻게 된게 나쁜 것만 엄마 닮나 몰라.."

이러면서 일어서서 지넘 방으로 가버린다..

 

우리 부부는 어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들에게 당하는 것처럼.. 꼭.. 내가 그사람에게 당한다.

그것도.. 뒤 돌아 생각해 보면.. 당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 당시는 몰랐는데..

 

내 나이 30대 초반까지는.. 늘 이런 문제로 토라져 있곤 했다.

근데.. 이제는 이런 것들이.. 나쁘지 않다.

적당히.. 나를 골려주는 우리집 윤씨 남자들..

그래도.. 작은 녀석이 내 편을 많이 들어 줘서.. 앙갚음도 곧잘 한다.

 

오늘도.. 컴퓨터로 뭘 찾으면서.. 버벅 거렸다.

그가 시킨대로 했으면.. 됐을껄..

오류라는 창이 뜨니..

그 사람 그런다..

"에고.. 내가 파일명을 확실하게 기억해서 검색하라고 했지?"

"자기.. 나 혼내지마.. 오늘 내 생일 다음 날이니까.."

 

나이를 먹으니.. 포기하게 되는 부분이 많아진다.

아니.. 그사람을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 지는 듯 하다.

적당히.. 못난 사람도 되어 주고..

적당히.. 그 앞에서는 실수도 하게 되어..

"야.. 넌.. 나 만나서.. 이렇게 살지.. 나쁜 놈 만났으면.. 구박 덩이야.."

 

아이고..아이고.. 그말을 들을 땐..

사돈 남 말해요..

 

칼날 같은 자존심.. 모가 난 성격..

나 같은 인간성 좋은 사람 만나 유선형으로 된 거지..

 

그래도.. 그래도.. 우리집 세 남자.. 나 아니면.. 굶어 죽는다..

그가 버는 수입의 1/5도 안 되는 내 수입으로..

시장을 봐와서도.. 큰 소리 친다..

쌀을 산 날은..

 

"자기.. 내가 밥 먹여 주는 거야..내가 번 돈으로 쌀 산거니까.."

큰 소리도 친다..

 

아이들 학원비도 내가 벌어서 낸 거라고 우기고..

관리비도 내가 번거..

아이들 책 사주는 것도 내가 번거..

생생 낼 자리는 온통 내 것이라고 우긴다.

 

그냥 웃어주는 그가 감사하다.

"아이구.. 우리 망치.. 돈 많이 벌어.. 여기저기 쓰네.."

놀려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