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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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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배기 딸을 보며...


BY 아기천사 2005-04-04

    나의 앨범속에는 빛바랜 사진 하나가 있다. 아마도 다섯살무렵으로 기억이 된다. 사진속의 날짜가 희미하게나마 나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고 만다... 약간은 누렇게 변해서 하지만 정이가는 그런 사진이다.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나 넷이서 찍은 사진이다. 눈망울은 커서 무엇에 놀란 사람처럼 크게 뜨고 찍은 사진이 웬지 모르게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신발은 말그대로 꽃무늬 고무신같이 예쁘장한 신발이다.. 어쩌면 저렇게 촌티가 나는걸까? 머리는 그당시 1970년대에 유행한 상고단발이라 하여 앞머리는 조금 내려오고 단발머리에 젓살이 아직 남은듯한 그런 모습들이 모든게 신기하기 그지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그런 모습이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이발소에서 아버지를 따라서 머리를 자르려 간 기억이 난다. 시골에서는 유일한 나들이겸 마치 집안 행사인듯한 날이었다. 아버지를 따라서 쫄래쫄래 동생그리고 오빠들과 같이 약간은 1시간 거리의 시골 이발소에 들르던날 연탄 난로에서 품어져 나오는 열기와 노란 주전자에서 품어져 나오는 따뜻한 김이 이발소안을 훈훈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 머리 먼저 자르고 거품이 일어나면서 아버지의 면도를 하는것을 신기하게 보던기억들! 마치 이발사 아저씨가 마술사라도 된 것처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생각했던 옛날의 기억들은 왜이리 코끝이 찡할정도로 그리워지는걸까? 그 사진 찍던 날 다섯살때였으니 아마도 평생 부모님을 못봤을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났다.. 새로 산 옷과 신발을 준비하고 사진 찍는다고 2시간 남짓한 거리를 아마도 걸었던것 같다. 읍내에만 사진찍는곳이 있엇기에 부모님을 따라서 신기한 구경거리도 하고 정신이 없었던것 같다.. 시장에서 나오는 온갖 물건과 희귀한 풍물거리로 아마도 정신을 빼앗긴것 같다.. 그리고 한복집에서 걸쳐둔 그 아름다운 한복의 오색 색동 저고리를 보고 감탄사를 내두르고 있었던걸로 기억이 된다.. 앗! 그찰나에 부모님과 남동생은 다들 어디로 가고 없었다.. 어디를 헤메고 헤메어서 다닌지도 모르겠다... 헤메다 간곳이 기찻길 옆에 어느 한적한 길로 기억이 된다.. 울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애기를 포대기에 업고 나를 달래고 있었다.. 그 당시에 유행하던 마미 과자라고 그걸 주면서 아마도 엄마가 찾으러 올거라고 달랜다.. 기찻길옆이라 쌩하고 찬바람 일으키며 지나가는 기찻소리가 왜이리 무섭던가? 그리고 기찻소리는 빵하고 얼마나 크게 들리던가? 그리고 먼곳에 혼자 내버려진 느낌들..... 그리고 부모님을 원망하면서 .......두려움에 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따뜻한 할머니의 등에 업힌 저 애기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 어린 마음에 혼자서 외로움과 무서움에 떨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우리 동네 바로 윗집 식구들이 장날이라고 왔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그 당시에 짐자전거라 하여 뒤에 물건 싣는 곳이 넓적한 그 자전거에 타고 우리 동네에까지 다행히도 타고온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때 그 어른들을 안 만났으면 아마도 부모님을 다시는 못만났 을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조그마한 실수가 어린 아이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사람 찾기 방송을 보면서 순간의 실수가 얼마나 그 사람의 인생을 외롭고 불행하게 만드는가 생각이 든다... 미아찾기 방송 보면서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못믿을 세상이라 애들을 밖에 내보내기도 어렵게 만드는것 같다.. 애들을 항상 잘 보호해야 할것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 애들을 잃어버린 가정의 경우 모든것이 파멸이라고 생각할정도로 가정이 붕괴된다고 한다. 모든것을 제쳐두고 애 찾기에 열중하다 보니 생활고에 그리고 서로의 잘잘못에 괴로워 가정생활이 평탄치 않다고 들었다.. 회사 출근하면서 엄마 껌사와! 과자 사와! 하면서 애교를 떠는 다섯살배기 딸을 바라보며 내가 저때쯤... 잃어버릴뻔한 기억이 있었구나? 하면서 지긋이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것도 모를때이었겠지? 하면서 정말로 잃어버렷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인생이 변했겠지? 하면서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지어본다... 파마를 해주어서 더 이뻐진 딸이 너무 귀엽다.. 야리야리 하면서 한참 예쁜짓 하는게 첫애보다 둘째가 더 정이 간다는말이 딱 맞다...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그런데 정말 예쁘다....ㅎㅎ 일요일이라서 식구들끼리 돈까스 먹고 왔다.. 모처럼만의 외식이라서 그런지 신이나 애들이 정신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외식이라도 해야지.... 어릴적 잃어버릴적 생각해서라도 더 정을 주어야겠다... 따뜻한 마음이 너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엄마는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