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새벽 한시에 들어왔다
맨날. 잠속에 기나긴 여행을 하고 싶을 정도로 곤한 나날들이다
아침 햇살이 작은창문 틈사이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눈은 떠지지 않고 많은 생각이 방황의 길에 머뭇거렸다
모른채 잠을 더 잘까. 아니야 피곤함도 생각일 뿐이야.
벌떡 일어나 칼 하나 들고 들에 나갔다
밤사이 내린 실가랑비로 온 들에 여기저기 봄나물들이
얼굴을 내밀고 노래를 한다
제일 먼저 뽀얀 얼굴을 내민 쑥은 분가루를 바른것처럼 눈이 부시다
쑥부쟁이는 키가 제일 크게 자랐다
향기 가득한 냉이는 어느새 하이얀 꽃을 피워대고 뿌리는 억새게 자라 버렸다
꽃다지도 노오란 꽃을 피워대며 식탁에 오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루쟁이는 뾰족 뾰족 이제서야 얼굴을 내민다
쌀냉이. 쪽두리 나물. 황새냉이.. 어릴적 기억속에 나물들이 하나둘씩 되살아난다
봉지 가득 칼로 여민 봄나물들이 부풀어 오른다
피곤함은 온 들녘에 다 던져 버리고 어느새 내마음은 들녘의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꿈에 오듯 그렇게 그날이오면. 산골 초가집 한칸에 머물러 봄이면 나물 뜯으며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그림처럼 어여쁘게 살고 싶었는데..
산딸기 익으면 옹기병에 따 담가. 고인 맑은 물 나누어 마시며 살고 싶었는데
그런 작은 꿈마져 다 사라져 버린 중년의 자리에 서 있는 내모습
내가 가고 싶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살아야만 하기에 날마다 백여명의 사람들에게 하루 열두시간의 밥을 해 대야 하는
현실이지만 잔치를 벌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가끔씩 쪼각 시간
생각의 행복을 만들고 싶어 들녘으로 외출하는 이 기쁨은
나만의 특별한 외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