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첫 4연승 우승자가 나왔다.
4연승 도전 쯤 되면 이미 주부가 아니고 가수다.
가창력이야 예심을 거치고 1승 정도만 가도 어느정도 검증된다. 나머지는 그들 각자가 가진 개성과 카리스마를 얼마만큼 심사위원들한테 어필시키느냐다.
오늘 우승자는 한마디로 완벽했다. 모델처럼 꾸민 차림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가창력은 음... 정말 뛰어났고, 다소 오만해 보이기까지한 자신감있는 표정 연출과, 4연승 확정 순간에도 호들갑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빠짐없이 다 갖췄다.
심사위원들도 아, 이 여자 떨어뜨리면 우리가 정말 욕먹을거야 하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녀는 우승 소감에서 한번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출연할 때마다 번번히 아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나른해보이는 저 얼굴이 아파서 그런 듯도 하다. 하긴 긴장감이 오죽했을까.
4연승까지 해놓고 아직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니 좀 지나치다 싶긴 해도 용서하기로 한다. 어쨌든 그녀는 누구도 쉽사리 거머쥘 수 없는 4연승 우승자인 것이다.
나는 노래가 참 좋다. 사람들이 흥청망청 술마시고 부르는 노래방에서도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가만히 감상한다. 가사 한줄 한줄을 시처럼 음미하며 노랫가락을 머리에 새기듯이 그렇게 아껴가며 노래를 듣는다.
주부가요스타에 주로 등장하는 곡들은 대개가 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열심히 본다.
거기에 나오는 주부들은 다 멋쟁이다. 여자들은 결혼을 일생의 한번이라 해서 엄청나게 치장을 하는데, 마치 그런 분위기다. 그래도 흉하지 않다. 일생에 한번뿐인 무대니까.
머리스타일이며 옷차림이며 화장, 율동, 다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방송국에서 도와주는지 본인이 다 해결하는지가 참 궁금하다. 하여간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름이며 뱃살이며 풍만한 몸집이며 아줌마 티가 팍팍 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아름답게 보인다.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나온 이들이 각자의 색깔로 노래를 부른다. 객석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앉아서 응원하고 있다. 물론 남편이 나와서 떡하니 앉아있는게 제일 보기 좋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오늘 주부처럼 4연승 해서 유럽을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덤일 뿐이라고 본다. 노래를 좋아하고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그 실력을 뽐내고 나만의 멋진 추억을 갖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주부가요스타가 가지는 또하나의 재미는 아마추어들의 노래 중간중간 기성가수가 나온다는 점이다.
주로 이름을 잘 모르는 트로트 가수들이다. 가끔 김수희나 현철 같은 거물가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난 유명세가 별로 없는 가수들이 더 좋다.
프로는 프로 값을 한다고 그녀들은 처음 등장하면서 흘리는 입가의 미소부터가 다르다. 노래도 자기 노래들이니 얼마나 만만하게 불러제끼는가. 무대 매너나 의상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본분을 다하듯 성실하게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인사한다. 고개를 크게 숙이고 겸손하게 다소곳이 천천히 우아하게 인사한다. 박수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시키고 싶은 듯이.... 그 장면이 난 참 좋다.
그들은 직업가수다. 노래를 그저 즐기기만 하는 우리에 비하면 그들은 노래가 지긋지긋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내색하지 않는다. 무대가 주어지면 언제고 웃을 준비가 돼있고 관객들을 행복하게 해줄 실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마저도 계산된 연출일 수도 있지만 나는 달리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그들의 웃음과 겸손한 몸짓을 사랑할 뿐이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노래에 취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마음이 허해져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경쾌한 리듬에 신이 나기도 하면서 혼자 난리를 떤다. 주부가요스타는 억눌렸던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훌륭한 감정의 치료사다.
주부가요스타에 도전하는 용기있는 아줌마들을 정말 존경한다. 여기 억세게 노래 못하는 불쌍한 한 여인은 매주 그들의 도전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분명 노래 속에 인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