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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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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BY 아리 2005-04-02

지난 화요일 산행을 하는 멤버중 하나가 북한산 입구가 자기 집이니

밥을 하겠다며

그날은 산행을 대충 문필봉까지만 하고

자기 집에서 밥을 먹자는 연락이 왔다

다 모이면 열명이 넘지만 늘 바쁜 일이나 집안일로 두서넛이 빠진다해도

인원은 일곱 여덟이 되는데

밥을 해준다니 .......

고맙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밥이 내 전공이기도 하지만?

이제 슬슬 꾀가 나서 많은 사람이 밥을 먹는 걸 준비하기엔 버거운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밥을 준비한 친구집에 들렀는데

연세가 76세이신 어머님이 화분갈이를 해주시고

멥쌀밥과 찹쌀밥 두가지로 푸짐하게 해 놓셨다

이집 주인 아줌마는 땡땡이에 골골 하고

칠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기운이 넘쳐서 펄펄 날으신다

거실에 신문을 쫙 깔아 놓고는 ..

"어이 내가 상 펴놨네 .."

ㅎㅎㅎ

밥은 커다란 그릇에 퍼가지고 와서 각자 자기가 더 덜어 먹기로 하고

한 사람씩 통을 들고 나르는데

올케가 담아서 택배로 부쳤다는 여수식 생김치 --이른바 겉절이(무채는 없이 젓국에 담근)

그곳에서만 담는다는 열무 김치 (사과 배를 넣고 담는 시원한 김치인데 서양식 샐러드 소스 (키위와 파인애플 사과를 섞은 깔끔한 과일 소스 ) 향이 나면서 한국식 백김치 맛이 가미된 듯한

백김치,전통의 열무 김치 청국장 고추조림 취나물

이것이 상차림의 전부 였다

멤버 중 하나가 밥을 먹다가 물을 흘리자

"아니 누구야 과격하게 상을 부수고 야단이야 .."

서로 이물없이 신문지에 깔아 놓은 밥상이라 마음이 터놓은 길처럼 느껴졌다

늘 생선과 고기 전같은 것을 두루 갖추고

전골 마저도 상에서 부글 부글 끓어야 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손님의 수저까지 다 놓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던 나의 무모함은 일시에 무너지고

언제든 밥해줄게 할 수 있는 편안한 맘 마저 들었던 편안하고 맛있는 점심이었다

집안이 분갈이로 버적거려도 ㅎㅎㅎ 웃으며 편안히 손님?을 맞이하는 여유

정말 부럽고도 놀라웠다

나의 마지노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ㅎㅎ 어제 신문지 상 이야기를 우리 카페에 올렸다니까 친구들이 '야 너 똑바로 적어야지 그거 찻상이었어.."듣고 보니 밥을 먹고 일단 그 상은 접고 작은 상을 마련했었다 (물론 신문으로) 더구나 친구는 돈을 아끼느라 신문구독을 안해서 신문이 떨어질 때마다 신랑한테 "여보 회사에서 상좀 가지고 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