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난 공짜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물론 살아온 세월이 좀 쌓이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더란 사실도 알고,
공짜처럼 보여도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만한 댓가를 어떤 방식으로든 다 치르게 된다는
세상이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당장 값을 지불하는 게 아니면
그 순간에는 공짜처럼 생각되고 그래서 눈이 휘~익 돌아간다.
먼 훗날 어떤 값을 어떻게 치르게 될지도 모르면서
그 순간에는 좋은 걸 어떡하냐?
그렇다고 욕심이 많은 건 아니다.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 주는 것도 좋아해서 퍼주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공짜도 좋아한다.
난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거 줏어 먹을 뇬이 틀림없다.
울 곰곰이는 이런 나를 보면 엄청 단순하고 멍청한 인간 보듯이 한다.
목숨걸고 공짜 물건 좋아하면서 남에게 퍼주는 건 또 뭐냐는 거다.
그러나 나의 지론은 괜히 공짜라고 눈치보며 작은 양잿물 줏어먹고
죽지도 않고 고생하면 나만 고생이니 어차피 공짜인거 큰거 줏어먹고
빨리 죽는게 덜 힘들다는 것이다.
가끔씩은 참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발상이긴 하다.
평소에는 한개 값에 두개 준다는 광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값이 다 치인다고 코웃음을 치며 사기꾼에다가과대광고라고
곰곰이랑 입 맞춰가면서 욕을 바가지로 하다가도
대형 마트에 가서 그런 물건 보면 앞뒤생각없이 일단
쇼핑커트에 집어넣고야 마는 단세포 동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리는 나....
게다가 사은품이라고 작은 소품 하나만 매달아 놓으면
조금 참고 지나가다가도 그게 영 사고싶어서
헐떡거리는 맘을 주체할수 없어 결국은 도로 돌아가서 담아오는 이 습성....
참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인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미끼로 사은품 하나 턱하니 걸어놓으면
그걸 덥썩 물고 희희락락 좋아하는 나같은 인간들이 있으니
회사마다 홍보 전략으로 종종 그런 미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번은 설악산으로 곰곰이랑 여행다녀오던 중에
비가 조금 보슬보슬 내렸다.
맞고다녀도 별로 상관없을 정도였는데,
왜 그날따라 또 산성비란 생각이 나를 지배했을까?
그 비를 조금만 맞으면 그나마 없는 머리카락 다 빠질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그 비를 피하고 싶게 했다.
우산 사는 돈이 아까워서 견디며 비 맞아도 다른 날은 별 생각 안하던 주제에....
오는 도중에 휴게실에 들렀는데
어느 유명 제약회사에서 건강보조식품 선전관을 만들어 놓고
7번 국도를 오가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골프우산을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니
공짜 좋아하는 내눈엔 맞으면 안되는 비님까지 오시는데
안성마춤의 사은품이라 얼마나 좋았겠는가?
두 눈이 번쩍 뜨이면서 그때 부터 내 눈앞엔
미끼로 걸린 그 우산이 왔다갔다하고
머릿속에도 그 우산을 받을 생각만 가득하고
공짜로 얻는다는 생각에 입은 자꾸 벌어져 귀에 걸릴 지경이다.
그러니 그 건강보조식품을 안 산다는 건 뭔가 밑지는 생각이 드는 중인데
게다가 또 그런 홍보에 동원된 사람들은 얼마나 말도 잘하는지....
그 걸 먹기만 하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게 멀쩡해 질것 같은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지라.....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앞뒤없이 한 상자 사들고 나왔다.
당뇨에도 좋다니 친정엄마, 시엄마 다 한상자씩 사다주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곰곰이가 워낙에 말리며 우리가 먼저 먹어보고 정말 좋으면 사다주자고
날 꼬셔서 또 거기에 홀라당(?) 넘어가서 한 상자로 만족하고 나왔다.
내 눈엔 근사해 보이기까지 하는 우산을 덤으로 받아들고.....
조금밖에 안오는 비속에서 커다란 골프우산을 흐뭇하게 바친 채로.....
그런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보니
동네 약국에서 똑같은 보조 식품을 판매하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반값이라......
눈 뒤집으며 게거품물어봤지만 그거 들고 다시 강원도까지
바꾸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공짜 좋아한 나를 탓할 수밖에....
그래도 친정엄마, 시엄마꺼 까지 안 사온게 참 다행이지.
갑자기 나를 말려준 곰곰이가 대견하고 위대해 보인다.
얼마 후에는 주말을 틈타 부산에 사는 큰언니네에 놀러를 갔다.
큰형부는 외국을 자주 다니시는데 다른 건 절대로 아무것도
안사갖고 오시는 분이 언니의 화장품은 꼭 사다 주신다.
것두 난 늘 구경만 하면서 너무 비싸 못 사고
껄떡거리다가 침 찔찔 흘리고 마는 최고급으로다가........
그래서 난 언니네에 가면
인간이 게으른 탓에 평소에는 잘하지도 않는 저녁세수까지 꼭 한다.
비싼 화장품 내돈으로 안사고 공짜로 많이 바르고 싶은 심보땜에...
언니랑 형부는 이런 나를 보면서 배를 쥐고 웃어제낀다.
참고로 나는 사실 평소에 화장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많이 바르면 화장수와 로션 정도이다.
여름에는 완전 맨얼굴로 화장수도 안 바르고 겨울에는 겨우 로션 까지이다.
외출할때는 혈색좀 살려 보려고 눈썹그리고 루즈 바르는 정도.....
그러니 색조 화장은 연중행사요,
화장품 한번 사면 다 못바르고 늘 남 주기 바쁘다.
그런 인간이 비싼 화장품 한번 공짜로 발라 보겠다고
저녁세수까지 해대니 참 얼마나 가관일까?
화장대까지 가기도 귀찮고해서
난 언니네 안방 화장실에 있는 덜어놓은 화장품을 입으로
물어물어 가며 나이트크림에 아이크림까지 바른다.
게다가 난 중계방송까지 한다.
언니꺼, 비싼거, 공짜니까 많이 많이 발라야쥐...히히히
내가 언제 이런 비싼 화장품 발라 보겠냐? 하하하
오늘 내 얼굴 호강 엄청하는구나.키키키
근데 내 나온뒤 조금있다 화장실에 들어 갔던 울 큰언니....
배꼽쥐고 튀어 나왔다.
내가 바른 푸른바다빛나는 화장수가 .....화장수가.....
화장수가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럼뭐냐?
내가 바른 그것은 언니가 거실 화장실에 있는 걸
조금 덜어다가 아이들 플라스틱 약병에 넣어놓은
가~글~가~글~
가그린 이었다.
내가 공짜좋아하다가 일어나는 헤프닝은
엄청 많지만 나의 사회적 체면도 있는지라.....
이정도에서 참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도 공짜를 좋아한다.
세살 버릇여든까지 간다고....
지 버릇 개 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