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너무나 속상하다면서...
고2인 딸아이가 통 공부할 생각을 안한단다.
책을 안챙겨가서 과외선생님한테 혼이 난단다.
학교 방송반이라서 공부할 시간을 뺐긴단다.
자기꺼는 잘 못챙기면서 다른 친구들이나 학교일은 너무 책임감이 있단다.
다른 과목은 그런대로 잘 하는데 수학을 잘 못해서 속상하단다.
엄마가 야단치는게 통 먹히지 않는다고,
그게 억울하다며 울먹거린다.
이제서야 친정엄마가 생각나고 미안해진단다.
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간 갈등을 한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야 하나..
아님 그냥 친구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하나..
피식~ 웃으면서 물어본다.
우리 고2때는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하니?
딸아이가 수학만 잘하고 다른 과목을 모두 못하면 어떻겠니?
책임감이 없어서 매사 나몰라라 하면 어떠겠니?
친구가 웃는다..
그래~ 잘하는것도 많은 딸이긴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좋겠는데 답답해서 그렇지...
예전.. 그러니까 이십여년도 훨씬 더 전에..
누군가 그 친구와 나를 보고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결혼하면 부자로는 못살아도 마음은 편히 살거라고..
친구는 부자로 잘 살겠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거라고..
우습게도 예언처럼 그렇게 살고있다.
나는 가진건 없어도 그저 가족들 건강하고
남편은 가정적이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한때 엄마속을 태워서 비록 속이 새까매져버렸지만
지금은 다들 제자리에서 자기몫을 잘 하고 있어 편안하게 지내지만
친구는 있는 집에 시집가서도 내내 이런저런 일로 속썩고 힘들었다고 했다.
전화를 끊으면서 친구에게 일러준다.
자랄때 너무나 착하고 모범생인 아이는 그걸로 효도를 다하는거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두고두고 엄마의 힘이 되어 준다고...
모범적이지 못한 아이를 둔 엄마의 변명에 불과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