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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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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BY allgolkr 2005-03-23

일요일 아침을 치우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전날 토요일을 한 잠도 못잤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만 컴터를 하는 아이를 두고, 신랑은 딸아이방으로 자러 가고,

난 안방으로 들어갔다.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집이 흔들린다.

수십초간,,,

이게 뭔가 했다.

머리속이 하얗다.

몇년전 건물이 휘청하던 지진이 생각이 났다.

 

신랑은 안방을 들여다 보며 거실에 서 있다. 나를 보면서,

아이들이 메신저를 하면서 지진이라고 한다.

 

아들은 거의 대학생형들이나, 고등학생 형들이랑 같이 게임을 한다.

바로 옆집 형들이라, 늘 같이 게임을 하는 모양이다.

모두가 놀랐다고 이구동성이다.

곧바로 뉴스속보가 나왔다.

지진이 맞다....

 

몇년전 신랑이랑 잘려고 누웠는데 그때가 새벽 두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소리없이 정적이 흐를 때 집이 휘청했다.

아파트의 철근이 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지진을 생각하고 있지 않던 터라,

눈을 떴다.

"자기야!

"응?"

"이거 왜이래? "

"몰라."

 

하얗게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었다.

 

뉴스에 난리다.

엊새벽에 지진이었다고,

사람들이 아파트밖으로 나오고 그랬다고 한다.

 

아침에 신랑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있었어? 뛰어나가야 하는 거 아냐? "

신랑 왈,

"나 혼자 살아서 뭣할려고, 그냥 같이 있어야지? "

 

그 말에 난 그의 따뜻한 심중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지진이 온다는데,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서 방을 나온 그는

가족들에게 일일이 눈도장을 찍으면서,

놀러가잔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봄이 이 만큼 와 있는 것을

실컷 느끼고 맛난 것을 먹고 밖에서 놀다가 지진이란 단어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집으로 늦게 돌아왔다.

그제서야 뉴스에 눈을 고정하고 현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