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더우먼입니다
빠르게 서너바퀴 돌면 힘세고 씩씩한 지칠줄 모르는 여자가 되죠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이쁘게 화장하고 딸을 깨워놓고는
급히 밥을 합니다
딸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아들내미를 불러 화장실로 밀어넣죠
딸은 중1이라 뭐든지 알아서 하니 바쁜 아침에 손이 갈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초딩3인 아들은 내 입을 통해서만 움직입니다
이딱아라,세수해라,옷갈아입어라,머리말려라,밥먹어라등등
나의 명령어가 필요하죠
자연히 목소리가 점점 커지게 되고
남편의 짜증이 들립니다
여자가 아침부터 큰소리만 친다고......
얼른 목소리를 죽입니다
잘목하면 아들에게 화살이 날아가니까요
너는 초딩3학년이나 된 것이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냐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출근길에 오르면
이미 파김치가 됩니다
그렇지만,
원더우먼이 여기서 쓰리지면 안됩니다
상냥한 얼굴로 회사일을 열심히 해야하니까요
....여기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입니다
집에 ....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해신"주제곡을 틀어놓고
눈을 감습니다
집에 가봐야 원더우먼이 해결해야할 엄청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도 쉬고 싶습니다
집에 가면 누군가 상을 차려놓고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헛된 바램이겠지만......
그래도 가야죠
내가 움직여야 아이들에게 뭔가를 먹이죠
집에 들어와 보니 TV를 보던 남편이 "배고파" 한마디 던집니다
나는 기계처럼 얼른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지지고 볶고 나름대로 최대한 빨리 밥을 차립니다
야속합니다
오늘도 하루종일 집에서 소일했던 모양인데
밥이라도 좀 해 놓으면 손가락이 부러집니까
내 입이 튀어나오고 잔소리라도 하면
남편 기죽인다고 오히려 큰소립니다
언젠가 TV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직장다니는 주부가 가장 원하는것은
"나도 퇴근하면 밥해놓고 기다려주는 아내가 필요하다"
라더군요
정말 공감이 갑니다
설것이가 끝나면 대충 세탁기 돌려놓고
애들 불러 공부를 가르킵니다
학원 보내줄 형편이 안되니
나라도 저녁에 가르켜야지 싶어
저녁마다 부지런을 떱니다
11시 30분
원더우먼의 하루가 마감됩니다
나도 이제 원더우먼이 아닌
연약한 나 자신이 되어
깊은 잠에 빠집니다
새로운 원더우먼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