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리링~~~
"여보세요~"
" 응, 난데..나 지금 퇴근하니까 저녁준비 해..배가 너무 고파"
뚝! (전화 끊어지는 소리)
남편은 항상 뭐라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자기 용건만 이야기 하고 전화를 끊는다
난 급하게 쌀을 씻으면서도 고개가 갸우뚱 한다
'이상하다 밥해 놓으라고 전화를 다하고...'
남편이 직장생활 할 때는
들어오는 시간이 퇴근시간이라서
몇 시가 퇴근시간이 도통 모르고 지냈다
게다가 항상 퇴근이 늦어
저녁은 회사에 먹고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여서
남편 저녁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편 저녁은 미리 떠놓고 먹곤 했는데도
특별하게 빨리 들어와서 밥을 달라고 재촉하는 날은
꼭 밥통이 비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제발 저녁을 먹지 않고 들어오는 날은
퇴근하면서 전화를 하라고 교육을 시켜도
그렇게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왠 일인지...??
교육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건지
이럴 때 잘해서
남편에게 전화 하면 잘 얻어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맛있는 밥을 지으려고 냄비에 밥을 짓고
올 시간에 맞춰 된장찌개가 보골보골 끓으라고
시간을 보며 상을 차렸다
회사에서 곧장 나왔으면 20분이면
충분히 집에 도착하는데
예정시간보다 10분이 지날 즈음부터
베란다에 목을 길게 빼고 들어오는 차마다 쳐다 본다
흰 색 차만 눈에 들어 온다
'저 차도 아니고...'
'저 차도 아니고....'
'저 차도 아니네...'
20분이 넘어 간다
'나오다가 업무 전화가 와서 좀 늦나?'
화가 슬슬 오르기 시작 한다
"뭐야 그럼 다시 전화를 해야 할 것 아냐,,
아휴~~된장찌개 다 쪼네'
된장찌개의 불을 끈다
30분 후
'길이 많이 막히나?'
다시 된장찌개 불을 켜고 낮게 돌려 놓는다
40분 후
'오다가 차 사고라도 났나?'
전화통을 보다가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다 보다가
이제는 된장찌개는 아랑곳없고
사고에만 정신이 가서
맘이 동동 거려지기만 한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좀 전에 나던 화도 다 달아나고
아무 사고 없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앉았다 일어났다
베란다로 나갔다 전화통 한번 봤다만 계속 한다
1시간...그리고 2시간.....
아직까지 전화가 없는 거 보면
교통사고는 아닌 갑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이제 들어와서 밥 달라고 하겠나 싶어
주인을 기다리던 밥상을 치운다
밤...12시....새벽....1시
드디어..딩동~~
"누구세요?"
"나야"
문을 열어주는데 아무 일 없이 들어오니 반갑기도 하고
아무 일 없는 얼굴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 민다
"뭐예욧?"
"뭐가?"
남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 본다
" 7시에 전화해서 저녁준비 하라며? 배고파 죽는 다고 한사람이???"
" 으응~~"
별거 아니라는 듯 놀라던 눈빛을 웃음으로 바꾼다
" 회사 정문 나오는데 @@를 만났어
술한잔 하자고 해서 배도 고프던 차에
치킨집에서 맥주 마시고 왔어...밥은 안먹어도 되"
"어쩐지...어쩐지..안하던 전화를 다 하길래
이제는 마누라 말 좀 듣나 보다 했더니
내 속을 더 태 울려고 그랬구만"
"아니 전화 하라고 해서 전화 했고
배고파서 치킨 몇 조각 먹고 왔는데 그럴 수도 있지
소리는 왜 질러"
" 하여튼 당신 튀는 방향하고 개구리 뛰는 방향은 아무도 몰라..모른 다구,,,
당신은 개구리 띠야??"
"그러니까아~~ 나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키지 마"
"왜?"
" 난 시키면 더 하기 싫어"
"그래도 같이 살면서 시킬 수도 있고 부탁할 수도 있는 거지"
" 하여튼 나한테는 이래라 저래라 절대 하지 마
난 그 반대로 하니
할려면 하지 말라고 하든지
그러면 내가 말을 들어 줄 수도 있잖아???"
"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해요?"
" 나한테 맨 날 하지 마..하지 마... 해 봐
내가 맨 날 당신 말대로 할지도 모르지...ㅋㅋ"
" 이제 보니 당신은 그냥 개구리가 아니네?"
"그럼?"
" 청개구리.... 청개구리띠 구만
☎띠리링~~
"여보세요오~"
"엄마~~"(볼멘소리)
"왜?"
" 엄마 나 돼지띠 맞아?"
" 왜에? 뭐가 잘못 됐냐?"
(화들짝 놀라시는 모습이 전화 너머로 느껴진다)
"아니이~~ 그런 건 아니 구요.."
"그런데??"
"난 돼지띠인데 왜 이리 바쁘고 쉴 틈이 없나 해서...
돼지띠는 먹고 노는 팔자 아냐?
근데
나는 아침부터 아이 떼어 놓고 직장에 가느라 동동..
아이 봐주는 파출부 아줌마 기다리다가 늦어서 뛰고
다녀오면 아이 데리고 놀이터 나가랴..
아이 씻기랴...
저녁 밥 지으랴...
아프면 업고 병원에 헐떡이며 가랴...
그나마 저녁 먹고 아이 재워 놓으면
김 서방이 도와주는 거 하나도 없으면서
매일 늦게 들어오니..졸면서 기다려야지..
그래도 고마운지도 모르고
맨 날 속터지는 소리만 하고..그래서...
혹시 띠가 잘못 되었나 싶어서 전화 한 거예요"
"아이구우~난.. 또....니 돼지띠 맞다"
"그럼..... 엄마아~~
돼지띠가 청개구리띠를 만나면 팔자가 바뀌나 보지?"
( 울 아들 돌 지나서 이야기 인데
지금 아들이 만 19세 인데도 스토리가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