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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1

꼼장어집에서의 외식이라..


BY 밤톨냥V 2005-03-14

부모님이 엊그제 일본여행을 다녀 오셨다..

계산 정확하고 깔끔하신 내 부모님

여직 자식들 한테 용돈 한번 받으신적이 없으시다..

아니지..

받기는 하시는데 다 돌려주신다..

몇배로 뻥튀기 해서..

 

마음만 있었지

한번도 내 형제들 부모님 여행을 못보내드렸다.

당신들 아직 여력 있으시다며

나중에 여력 없어졌을때 그때 보내달라고..

 

사실은 올해가 부모님 금혼식이 있는 해다.

1월31일 이었으니 벌써 한참 지났지?

회갑도 칠순도

번거로운거 싫으시다며 몇몇 지인들과 일가친척들만 모여

단촐히 보낸터라

금혼식만은 떡 벌어지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툇자 맞았다.

물론 바로 앞전에 조카일로 부모님 쌩병 드시긴 하셨어도

자식 입장에서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부모님은 않그러신가보다..

않그래도 다들 살기 어렵다 아우성 들인데

니네 마음만 받겠으니 요란스레 일 벌이지 말라는거다.

요즘 같은때는 부주금 받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공짜로 다 먹이자면 그게 돈이 얼마냐 하신다..

다른분들 일 있을땐 한군데도 안빠트리시고 다니시면서

어째 당신 축하 받으실 일엔 저리 빡빡하신지..

 

해서 자식들이 의논한 결과

무조건 싫어라 하시는데 일 벌일수도 없고(울아부지 한번 아니시면 절대 아니시다)

자식들이 첨으로 여행을 보내드리자고 합의를 보았다.

제반 경비에서 여행지에서 쓰실 용돈 까지

모두다..

엄마 아부지는 그냥 당신들 몸에 필요한 옷이라던가 일용품만 준비 하시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여행사 샅샅이 뒤져 괜찮은 몇군데 일정표 쫙 뽑아 아부지 코앞에 대령했다..

"아부지..이번만은 자식들 말 들어주세요..

더이상 불효 자식 만들지 마시구요.."

"효는 이런 물질로 하는게 아니야..마음이지..임마.."

"아..그건 알겠는데요..그래도 이번만은 좀 물질로 받아주세요..우리맘 불편해요..아부지..

아부지..온천 좋아 하시잖아..엄니랑 손 붙잡고 사이좋게 댕겨 오시지.."

 

엄마가 옆에서 눈을 찔끔거리신다..

놓고 가라는거다..

내게 맡기라는거지..

배갯머리 송사라드니 캬...울엄니 능력 있으시네..

 

다 필설을 못해 그렇지 가기 바로 전날까지

우여곡절을 몇번 넘기고서야 결국 보내드렸다..

순전한 우리 형제들의 힘으로..으갸갸갸..

 

좋은시간 보내고 오신게 지난 토요일인데

밤에 전화가 왔네..

내일 교회 갔다와 쉬다가 저녁 나절 너무 늦지않게 오라고..

"왜요?"

"한턱 쏠라고.."

니들 덕분에 잘다녀왔다고 기연코 갚으시겠다는거다,,

아고야..몬산다..

"뭘 살건데?"

"꼼장어고추장구이 하고 고추장삼겹살 구이..그거 저번에 먹고 싶다 했잖아.."

클클클..

노친네 총명도 하셔라..그걸 어찌 잊지 않으시고..

 

간만에 어젠 술을 많이 마셨다..

아버지와 대작하여 쐬주를 세상에나 네잔이나 거기다 백세주 까지..

혀가 꼬이는걸 느꼈으니 ㅎㅎㅎ

그래도 고단백 꼼장어에 지방덩어리 삼겹살로 속을 채워서 그런지

뭐..그럭저럭 견딜만은 하더군..

꼬맹이들도 꼼장어 맛이 단단히 들었는지

고 맵싸한걸 쉬지 않고 잘도 집어 먹는다..

 

아부지 허허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거 주인장..우리처럼 어린아이들 대동하여  꼼장어집에서 외식하는 집 또 있소?"

 

근데 진짜 또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