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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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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음이 비워질까...


BY 낸시 2005-03-11

"엄마, 또 하나 퍼 갔다."

"어디서..."

"빌딩 옆 화단의 가운데 쯤..."

"그래? 앞으로는 이런 일로는 전화도 하지마... 전화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알았어..."

아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힘이 쭉 빠졌다.

아침에도 가서 한 그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온 날인데...

날이 더워져서 이제 새로 옮겨 심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데...

이빨 빠진 것처럼 보기 흉할 그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머리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입 밖으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행여 남편이 속상해 할까봐...

화단을 만든다고 텍사스 불개미에 물려 손목에 십여군데나 지금도 진물이 흐르고 있는데...

"여보, 한번 가 볼까? 내 생각에 홈리스들이 뽑아서 쓰레기 통에 버렸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

"지난번에는 쓰레기 통을 봤는데 이미 쓰레기 통이 비워져 확인을 못했거든..."

"가보면 좋지...그런데 어두워서 잘 보일까?..."

"일단 한번 가 보자구..."

"그래..."

차마 가보고 싶어도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먼저 가 보자고 하니 거절할 까닭이 없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가게 자리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조그만 소리로 흥얼거려 보았다.

남편이 듣기 싫다고 그만 하란다.

이번에는 속으로 가만가만 끝까지 노랫말을 떠올렸다.

맘 상하지 말자고 스스로 외우는 주문이다.

 

도착해서 살펴보니 다행히 내가 염려했던 나무는 아니다.

하지만 겨울에 꽃이 피고 나뭇잎 색깔이 고와 심어 둔 나무 하나가 뽑혀 나가고 없다.

그 옆의 나무는 가지가 꺾여나가 볼썽 사납다.

옆의 나무를 뽑으려다 가지만 꺾이고 뽑히지 않으니 다른 나무를 뽑아 간  모양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탈하였다.

하루에 두 그루씩 뽑아가면 어떡하라고...

지난번 장미를 뽑아 간 자리에 대신 옮겨 심은 것도 날이 더워서 제대로 자리를 못잡고 시들어가고 있는데...

그래도 고개를 살살 흔들어 마음을 비우려고 애썼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다시 노랫말을 속으로 떠올렸다.

자동차에 기대어서서 35번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과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리 서 있어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When do you open? I am starving to wait..."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낮에 만나 농담을 건네던 사람도 떠올렸다.

꽃밭을 만드는 우리를 보고 우리가 만들 음식 맛도 보기 전에 기다리기 힘들다는 사람도 있다.

하루도 몇 명씩 이쁘다고 고맙다고 칭찬하고 간다.

식당을 오픈하면 꼭 찾아오겠다는 사람, 단골이 되겠다는 사람, 신문에 내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나무 몇 그루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가 화단을 만들어 얻는 이익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손익 계산에는 분명히 이익인데 그래도 가라앉은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욕심이다, 지나친 욕심이다.

언제나 마음이 비워질까...

제일 속상한 것은 이런 일로 가라앉아 있는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