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선물이란 건 특별한거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정말 정말 특별한 선물이 있답니다.
이것이 선물이라 할수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엄마의 선물이에요.
결혼하기전까지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엄마와 함께 살면서
엄마한테 사랑보다는 원망을 많이 했답니다.
항상 일을 하시는 엄마 대신 동생 셋을 돌봐야 했고
사고 싶은 것 역시 엄마한테 얘기하기가 두려울 만큼 힘든 세월들이었지요.
직장을 다니면서 이제는 내가 하고싶은거 모두 하고 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제 욕심이었을까....
쉽지 않았어요.
통장 만기만 되면 왜그리도 집에 갚아야 할 것이 많던지...
얼른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저.
한 남자를 만나고 이 남자다 생각하면서
돈을 모았어요.
결혼 역시 제 힘으로 가야 했기에...
천만원도 아닌 일년동안 모은 돈은 6백...
6백으로 결혼준비를 했어요.
엄마가 이것저것 사 줄려는 것도 모두 마다하고 그냥 제가 모은돈으로 준비를
했지요.
엄마가 내게 쓰는 돈으로 또 집에 빚을 질까 두려웠어요.
그래서 신혼여행 역시 민박을 했답니다.
그냥 여행 가듯이 신혼가방속에 쌀이랑 반찬을 이것저것 넣어서는...
아마도 이렇게 신혼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없을거예요.
결혼식을 마치고...
부모님 손을 벗어나 한 남자의 손을 잡고
제주도 민박 집에 도착했답니다.
밥을 해먹기 위해 신혼가방을 열었더니
급하게 적었는지 그냥 딱지모양으로 접혀진 편지가 있더군요.
남편이 샤워하러 들어간 사이
편지를 펼쳐 보니
엄마의 글씨였어요.
한평생 저한테 편지 한번 쓰신 적이 없으신 엄마가
마지막으로 저에게 준 선물이었답니다.
편지지 속에는 미안하다는 말만 즐비했어요.
엄마의 편지를 읽으며 결혼식내내 활짝 웃었던 저의 눈에
폭포수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내가 엄마를 원망하며 사는 동안
내가 엄마 곁을 떠날 생각만 하는 동안
엄마는 나에게 죄인처럼 사셨구나 하는 생각이...
벌써 결혼6년째랍니다.
결혼을 하고난뒤 친정엄마의 마음을 무척이나 많이 알게 됐어요.
지금도 힘들때면, 너무 힘들어 왜 결혼했나 싶을때면
엄마가 준 편지를 읽어봐요.
이제는 너덜너덜 해진 편지.
하지만, 제겐 절 지탱시켜주는 힘이랍니다.
꼭 멋지게 잘 살아서
엄마가 날 보면 항상 행복해 할수 있게 살거라고...
엄마앞에선 절대로 힘든 모습 보이지 않을거라고...
내가 이렇게 자식을 잘 키웠나 싶을정도로 엄마에게 이젠
제가 힘을 주고 싶어요.
아직까지 힘들게 일을 하시는 엄마.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