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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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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미용실 명함 한장


BY 이순재 2005-03-08

 

"자기야, 나 머리 자를까? 아니면...세팅퍼머 할까? 응? 어떻게 할까?"

 

3년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내 머리카락은 등의 브레지어가 있는 선보다도 더 길게 늘어뜨린 모양이었다.

지금도 학원 강사지만 그 때도 학원 강사일을 했기 때문에 그냥 머리를 하나로 질근 묶고 다니던 때라 솔직히 머리에는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돈이 없다기 보다 퍼머를 하기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하는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학원 출근 시간이 12시 였고, 퇴근 시간은 저녁 10시나 되어야 집에 오다보니 평일에는 머리 할 멈두를 내지 못했고, 주말에는 평일에 못다잔 잠을 종일 자느라고 미용실엔 갈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머리가 맘에 안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머리 빗는 시간도 길어지고, 매일 질근 묶던 머리도 웬지 어색해 보이고..그래서 머리를 어떻게 할까...고민을 오래오래 한적이 있었다.

 

그런 시기에..

 

애인에게 머리를 어떤 모양으로 하는것이 좋은지를 며칠 내내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냥 매직으로 스트레이트 하는 그런 퍼머 해. 찰랑찰랑 하면 좋을 것 같어. "

하길래..

"응. 매직해야겠다. 자기 말대로 할게.."

대답을 해 놓긴 했는데...

 

내 생활 패턴이 바뀌지가 않았다.

다음날...또 미용실에 가지 못하고, 또 못가고...

그러기를 한 5달쯤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가 내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애인이 내가 자취하던 집 근처에 와서는 줄게 있다면서 나를 불렀다.

"자기야...왜~오 ㅐ불렀어?"

"선물이야.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어."

하면서 내게 주는데...바로 미용실 명함 한장 이었다.

뒤에는 -매직 스트레이트 퍼머 예약 밤 12시까지 영업함.

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러면서 선물해 준 거니까...내일 꼭 가라면서 신신 당부를 하고는 헤어졌다.

사실... 근사한 저녁 식사도, 한아름의 향기나는 꽃다발 선물이 아이라서 섭섭했다.

그 선물을 받은 나를 보고는 동생이

"ㅎㅎㅎ얼마나 머리가 맘에 안들면 그런 선물까지 하냐?ㅎㅎ"

하며 놀기리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다음날...그 명함에 있는 미용실에 갔다.

"저...이 명함만 주면 된다고 했는데요..."

하면서 명함을 보여 주니

그 미용실의 직원들이 다 내게 모여들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제 오신 분이 남자친구인가봐요...저희들...너무 궁금했어요. 여자친구가 누구일까...?하고요..."

직원들이 전부 내게 모여서는 언제부터 사귀었냐... 어제가 무슨 날이었냐...하는 질문들을 해 댔다.

그렇게 직원들과 친해지는 동안 그 미용실의 사장님이 출근을 하셨는데...

그 분이 내게

"내가 여기서 미용실을 20년 넘게 했지만, 그런 청년 처음 봤어요. 여자친구가 머리를 할거라는 말 듣고 서둘러 왔다면서 ...암튼, 너무 감동했어요. 그치? 얘들아...?"

그러는 거예요.

 

남자친구가 그 사장님꼐 얘기를 하기를

여자친구가 학원 강사라서 미용실 갈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그러니까...밤 12시까지 영업을 해 주면 안되겠냐고...

그런 부탁을 하는 남학생이 처음이고, 또 너무 순수해 보여서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하셨다고 하셨다. 

 

또 그날 내가 저녁 8시쯤...시간을 내어 미용실에 갔는데...

그 시간에 손님이 꾀 있었다.

 

그날...나는 머리 하고 있는데...옆에, 또 뒤에, 여기저기 계신 손님들께 나와 내 남자친구 얘기를 하시느라 직원및 사장님들 입이 분주하셨다.

그 이야기르 ㄹ들은 손님들은

"좋으시겠어요. 부럽네요..."

하는 말을 해 주었다.

 

지금은...그 미용실 명함 한장 건네준 그 순수한 청년과 부부로 살고 있지만..

부부싸움을 실컷 하고도...그 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남편이 그렇게 예쁠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