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바리깡을 주문했다.
남편이 오래 전부터 바리깡 사서 내가 이발해 주기를 바랬는데 신혼 초부터 이제껏 염색해 주는 것도 귀찮은데 이발까지 해주기 싫어서 버티던 중이었다.
큰아들이 휴가 나온 작은아들과 둘이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서로 머리를 깎아준다고 법썩이었다.
운동삼아 아파트 단지를 몇바퀴 돌고 집에 오니 큰아들 머리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작은아들은 스스로 밀다가 사고를 쳐서 수습한다고 더 이상하게 만들어놓았다.
당분간 모자를 쓰고 살아야 할 판이다.
큰애는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환자들 머리를 손질해야 할 때가 많으니 바리깡에 익숙해져 있어서 제머리 깎는 일도 그러저럭 하는데 작은애는 처음 잡은 바리깡으로 순식간에 사고를 친 것이다.
남편이 퇴근해서 오면 셋이 더 법썩을 떨 것이다.
만약 남편이 이발해 달라고 하면 쥐가 파먹은 것처럼 해 줘서 다시는 해달라는 소리 못하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