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문에서 본 기사에
싸울때 꾹꾹 참는 아내가 마구 마구 소리 질러대는 아내보다
빨리 죽는다 했다.
몇% 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그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우리부부를 돌아봤다.
우리부부..
거의 부부싸움을 안한다.
거의 라는 표현보다는 아예 않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다고
내 남정네 하는 냥이 다 맘에 차지는 않는데
물론 나 하는 것두 남정네 성에 다 차지 않을수도..
가만히 생각했다.
왜 우리집엔 큰소리가 들리지 않는걸까?
내가 모든걸 순종적으로 받아 들이는 심성을 가지고 있어서?
아니지..
그렇담 내 남정네가 '그래..좋은게 좋은거다 ' 생각하는 맘이 태평양 보다 넓은 위인이라서?
아니다..
둘다 한성깔 한다.
내 남정네는 그이름도 유명한 경주 최씨에 반꼽쓸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대체 이유가 없네..
굳이 유추해 내라면
결혼초 아무것도 아닌일로 한번 다툰적이 있다.
아직 서로의 성격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선본지 4개월만에 결혼에 꼴인)
나도 내 성격 그대로 들어내고 남정네도 마찬가지겠지?
헉..근데 별말도 안했는데
이넘의 남정네가 식탁의자를 드는거다..
"엄머나..엄머나..이러지마세요~~~~"
내가 또 보기엔 달리 한겁쟁이 한다.
바로 기죽어 꼬랑지 내리고..
'내가 저인간을 이 많은 세월 어케 믿고 사노????'
시름시름 앓은것 같다.
남정네 얼굴 쳐다만 봐도 오금이 저렸다..
식욕도 잃고, 잠도 못자고..
그저 나오는이 눈물이요..한숨이었다..
안그래도 볼따구니 홀쭉한 여자 눈꺼풀 푹 꺼지고
시선 또한 내리깐체 외면 하기 일쑤..
자기가 기선제압 했다고 의기양양 젠체 하던 남정네
그때서야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어느날 술기운 살짝 입혀 들어와설랑
"옥아..실은 말이다..*부장이 너 기가 쎄 보인다고 초장에 잡아야 한다고 해서..
나는 못한다 그랬는데 꼭 해야 앞으로가 편하다고 하도 그래서..미안하다..내가 잘못했다."
사연인즉슨
내 남정네 착하다.. 순하다..
한성깔 있는거 거의 안보여준다..내가 마구 마구 긁어대기 전에는
보기에도 착해 보인다..커다란 눈망울이..
주위에서 보니 안그래도 나이 적은마누라 성깔까지 보통 아닌듯 싶어
가만 놔두었다는 저 착한인간 맨날 쥐잡듯 잡을것 같아서 한수 가르쳐 준듯 한데
에고...
잘못 짚었네요...*부장님...
그이후로 우리집에 큰소리는 난적이 없다.
물론 히히호호 웃느라 집 밖으로 소리 새 나간적은 있지만
나도 그때 무지 놀랐고(내가 그렇게 겁 많다는거 그때 알았다.)
그런 내모습에 내 남정네도 놀랐고..
딸아이 태어나니 그 가스나도 완전 겁쟁이라..
엄마가 눈만 한번 크게 떠도 아이가 파랗게 질리니 어케 부부싸움을 하겠노..
그래저래 세월을 보내다보니
이런저런 속 끓이는 일 또한 끊이지 않고 우리 부부 주위를 맴돌았지만
아이의 겁먹은 눈망울이 가로막고
푹꺼진 내 눈두덩이가 덮어 버리고
가끔 내가 속을 긁을때가 있다..
시댁일로...너무 너무 약오를때..
입 굳게 다물고 아무말 안한다..
근데 나도 무조건적으로 해대진 않는다..
이 정도면 저 인간 목구멍 까지 화가 차올랐겠군..' 싶을때
딱 한마디 한다..
"팔잔걸.." 에효..(그 다음에 최대로 비극적이고 불쌍한 표정 짓는다.)
내 남정네 그냥 넘어 가냐고?
아니지..
그런일 있으면 며칠 있다 꼭 술 마시고 들어온다..
와서는 날보고 하는말..."너 못됐어.." 그리고 폭 꼬꾸라져 자버린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는데..
물론 한때는 답답해 미쳐 돌아가실뻔도 하고
속에서 뜨거운게 치밀어 오를땐 이 시려운 줄도 모르고 얼음을 아드득 아드득 깨물어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만성이 되어 버렸다 해야 하나..
'그려...이렇게 살다 가는거지 뭐...' 하는
포기인지..아님 포용인지 모를 불확실한 경계...
근데 그 기사 대로 라면
나는 일찍 죽는게 맞지?
아니지..
소리칠 상황일지라도 꾹 참았다가 담번에 꼭 한번은 짚고 넘어 가는데
가만보자..
헉..
나보다 내 남정네가 더 문젤세..
뻔뻔스런 나는 끝까지 내 의견 관철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 엿보며 결국엔 헤치우는데
속마음 내보이지 않는 남정네..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건 아닌지..
히..그건 아니다..
저렇게 낙천적인 남정네가..
우리부부라고 남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
굽이굽이 질곡의 세월을 넘어 오기는..
자그마한 개인사업 하던 남정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역경이 앞을 가로 막았겠나?
그럼에도 큰소리 나지 않았던건
내가 잘나서도 아니요..남정네가 잘나서도 아니다..
서로가 마지막 까지는 가지 않아서일꺼다..
둘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니..
그 자존심 지키기 위해 서로의 자존심도 지켜준 탓일게다..
친정에서 조차도 무조건적으로 '저 못된 속아지 착한 최서방 만나 그래도 소박 안맞고 살지..' 하시는데
그건 모르시는 말씀..
아무리 착해도 최서방도 남자인걸..
고 속아지 아무데나 피울만큼 내가 미련한줄 아나?
가만..
그럼 나는 오래 사는거여? 빨리 죽는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