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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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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나의 첫키스는...


BY Happy I 2005-02-21

첫키스의 추억을 더듬다보면

그안에는 무척이나 순수하고 철모르던

어린시절의 내가 있다.

 

대학입시에 낙방한 소녀는 집안형편때문에

졸업후 입시학원대신 타자학원을 찾아야했고

6개월후에는 중소무역업체에 입사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처음 사회라는 곳을 만났고 알게 되었고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라는 이름의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거래처의 좋은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즐겁게 사회생활을 했다.

 

5년이 지나고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는데

8명의 사람들중에서 그녀의 시선을 잡아 끌었던건

눈이 큰 남자였다. 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던 그는

동화속에 나오는 어린왕자처럼 맑고 깨끗한 인상이었고

그런 모습에 그녀는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하지만, 그는 그마음을 알지 못했고

그녀역시 애써 표현하지 않았다.

다만, 곁에서 친하고 다정한 입사선배의 모습으로

업무를 가르쳐주고 필요한 일들을 도와주며

친절한 모습으로 함께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맞은 송년회,

언제나 그렇듯 1차는 식사를 하고 2차는 술을 마시러 갔다.

그와 그녀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셨는데

신입사원들이 수고했다며 상사들이 술을 권하는 통에

평소 술을 잘 못마시던 그는 취기가 올라서

몸을 못가누는 상태가 되었다.

 

여직원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고

남직원들은 부서별로 나뉘어져서 다른곳으로 이동하자며

나섰는데 그는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했고

다른 남직원과 그녀는 그를 부축해서 회사근처의

모텔로 데리고 갔다.

 

다른직원은 먼저 가서 기다릴테니

술이 조금 깨면 데리고 오라며 먼저 나갔고

곤하게 잠든 그를 보면서

그녀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옆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면서

그는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외롭고 힘들었던 콜롬비아 유학시절에 만난 여자,

서로에게 의지하며 두사람은 사랑을 키웠고

돌아와서는 미래를 함께 하자는 약속까지 했지만

다른 유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녀는

그를 남겨둔 채 미국으로 떠났고

최근에는 미국의 한인타운 술집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슬쩍 훔치는 눈물을

그녀만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슬퍼하던 남자가 술에 취해서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며 그녀는 바로 그곁을 떠날 수 없었고

깨울 수도 없었다.

 

한 시간쯤 흐른 후, 그가 뭐라고 말을 건네왔고

그녀는 상황을 대충 설명한 후에

먼저 간다며 일어섰다.

 

그런데...

일어서는 그녀에게 잠깐만 있다가 함께 가자며

그가 손을 잡았고 얼떨결에 두사람은 마주보고

침대에 앉게 되었다.

 

떨리는 순간이었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하며

평소처럼 웃어보이려는데 그순간

그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와있었다.

 

첫 키스...

 

그녀의 첫키스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리 로맨틱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그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했던

갑작스러움으로 다가온 그일.

 

그날이후 며칠동안 그녀는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를 제대로 쳐다볼 수도

전처럼 편하게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그는 그런 그녀가 이상한지 왜 그러냐고 아무일 없는듯 물었지만

쑥스럽고 불편한 관계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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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쯤 지난 후에

그는 그녀를 불러서 그날의 일을 사과했다.

전혀 그럴 뜻이 없었는데

감정이 앞서서 그만 그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하면서.

 

그와 헤어지고 돌아서는 그녀의 마음은

무척 상해있었다.

그녀에겐 처음이었던 그날의 입맞춤이

그에겐 실수였고 미안한 일이었다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일이

그녀에겐 너무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첫 키스의 추억,

그당시엔 정신없고 아찔함으로 별 기억이 없었지만

그후엔 남자의 고백으로 무척 자존심 상하고

속상한 기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그후에도 그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고

지금은 그와 저, 따로 따로 가정을 꾸미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