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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0

백번 선 본 여자


BY 오색여우 2005-02-17

우리는 무언가를 많다고 표현할 때 그저 이렇게 말한다.

"아마 한 백번은 될 걸"

그렇다.

난 선을 무지하게 많이 본 사람이다.

내가 헤아린 것만해도 거의 백번 쯤 되는데,

헤아리는 걸 그만 둔 후에도 울 곰곰이랑 결혼할때까지

또 한 참을 선을 보러 다녔으니 아마도 백번을 훠~ㄹ 넘을건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내 친구들 왈

"야야 니 선 본 걸로 논문 쓰면 박사학위는 쉽게 받을 건데...."

다들 궁금해 하는 거 하나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싫어하지도 않고 선을 보러 다니냔 거였다.

사실 난 조금쯤은 재밌어 하는 얼굴로 선보러 갔으니....

대부분 사람들은 선보는 일에 굉장히 두드러기 돋아하는 경향이 있는 걸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어지간하긴 한 모양이다.

근데 그건 마음 먹기에 따라서 생각도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기에

내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 선 볼때는 나도 좀 싫어하긴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싫으면 연애를 하든지,

알아서 구해와야하는데, 사실 난 개인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사람을 사귀면 나이가 있으니 결혼이야기가 나올거고,

상대와 보낸 시간에 대한 책임감이 따를거고,

그러면 싫다 좋다할 여가없이 당연시리 결혼을 감행해야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고,......

무엇보다도 난 결혼이란 자체가 어쨋든 싫었다

 울 부모님이랑 부딪히기도 싫고,들 볶이는 것도 싫고,

마음 한 구석에는 또 도박해 보고 싶은 심보가 있기도 했다.

우리집 식구들 사고방식이 결혼을 하지않으면 나를 독립 시키지도 않고

두고두고 핍박할 걸 알았기 때문에 내 맘에는 

우리 집을 탈출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이렇게 시키는 대로 다했는데도 안되니 독립하겟다든가,

아니면 천운이 따라서 그래도 나를 탈출시켜 줄 남자를 구할 수 있음 것두 좋고...

-근데 탈출시켜 줄 남자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고 보면 맞을거다.

난 사람에 대한 기대는 없는 성격에다가 울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완전히 질려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아무 놈에게나 나를 갖다 바칠 수는 없으니

나름대로 계산을 두고 맞선을 본 거였다.

 

선이란 것도 그냥 사람을 만나는 하나의 방법으로만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친구가 소개한거나 그냥 중매장이나 엄마친구, 아버지 친구가 소개한 거나

크게 뭐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대개가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소개할 때는

나의 사고 경향을 벗어난 사람을 만나기가 힘이 드는 법이다.

나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고려해서 소개하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그런데 직업적인 중매장이들이 소개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받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이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들도 때로는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래선지 난 그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세계를 조금씩

알게 되고 이야기 듣는 것이 재미있어지기 까지 한 거였다.

 결혼은 뒷전이고 그냥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싫은 사람은 싫은대로 좋은 사람은 좋은대로 그저 그런 사람은 또 그대로......

나의 맞선에 관한 철학이야기를 들으면 내 친구들은 입을 딱 벌리곤 했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면서.......^*^

"당근 가능하지. 증인이 바로 나 아니냐?"

근데 내가 맞선을 보면서도 금기시 한 게 하나 있었는데,

하루에 두건은 절대 안된다는 거였다.

그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였는데, 아무리 맞선이지만 그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였다.

꼭 양다리 걸친 약삭빠른 여자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 엄마는 가끔씩 이걸 어겨서 나랑 부딪히곤 했다.

그런데 그 가끔 두번 선 본날은 우습게도

앞서 선본 남자랑 오후에 또 선보는 일이 벌어지곤해서

드디어 우리 엄마도 두번 맞선 잡는 일은 없어졌다.

심지어는 한 남자를 세번 만난 일도 있었다.

두번째 만나서 서로 민망해 하면서 헤어졌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또 만난 거였다.

우리도 참 기가 차서 마주 보고 웃으면서 잘가라고 인사까지 했다.

그러다 저러다 만난 것이

울 곰곰이 였다.

다른 사람들은 대개가 내가 조금만 쌀쌀맞게 굴어도 혀를 휘~이~휘

내 두르며 뚜-ㄱ 떨어져 나갔는데,-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내가 차갑게

굴면 없던 정까지 뚝 떨어질 만큼 매섭다고 한다,-

이 남자는 곰곰이답게 한 번 콱 물더니 놓을 줄을 모르고 무던히도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나름대로 갖은 방법을 다 써 봤는데,

심지어는 난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도 사기도 치고,

결혼 할 맘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도 해보고,

내가 갖고 있는 오만 약점이란 약점은 다 들추어도 내보고......

그런데도 이 곰곰이는 동면중이라 눈을 감고 잇어선지

도통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러더니 내 치맛자락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선 안 놓는 것이었다.

결국은 나의 갖은 여우짓도 이젠 꼬리를 내리고

곰곰이 굴에 영원히 갖힌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운이 좋게도,

착한 곰곰이를 만나서

행복하게 갖힌 거다.

가끔 답답하긴 하지만 ......

그럴때는 울 곰곰이가 재주를 한번 넘어준다.

휘리릭~~~하고......

그러면서 울 곰곰이 꼭 한마디는 한다.

" 다른 사람 연애하면서 한 십년안에 겪을 일을

난 두 달만에 다 치렀으니 살면서 그거 다 갚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