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딸들과 목욕을 간다. 늘 셋을 데리고 가는건 아니다. 두딸이 가기도 하고 막내만 데리고 가기도 하고.. 그때 그때 다르다. 작년 쯤.. 세딸들과 목욕을 갔다. 제각각 탕속에 들어가 있는데 갑자기 막내가 놀란 눈으로 다가오더니... "엄마 언니가 바닥에 쓰러졌어" 막내가 가르키는 곳을 놀라 쳐다보니 키큰 둘째딸이 저만치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온다. 온탕에 있다가 갑자기 나오니 순간 정신을 잠시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큰일날뻔 했네.." "엄마~언니 땜에 챙피해~" "뭐가 챙피해.. 언니가 넘어지면 얼른 일으켜 줘야지" "내가 막 일어 나라고 했는데 언니가 가만 있잖아~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씽~ " 넘어진 순간 잠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그런 것도 모르는 막내가 언니를 흔들어도 가만히 엎어져 있으니.. 제딴엔 몹시 챙피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며칠 전 막내와 큰딸을 데리고 목욕을 갔다. 그날도 서로 이곳 저곳을 누비는데 이번에도 막내가 황급히 다가와 하는 말.. "엄마 언니가 바닥에 넘어졌어!!" 이번에도 막내가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자 큰딸이 머쓱하게 웃으며 걸어오는게 아닌가. 큰딸도 뜨거운 물에서 나오자 순간 어지러워 잠시 넘어졌던 모양이다. 에고 이녀석들이 도대체 뭐하는거여~ 참내..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나 언니들 땜에 챙피해 죽겠떠" "챙피하긴 뭐가 챙피해 그럴 수도 있는거지.." 두언니들과는 대조적으로 체격이 너무나도 튼실한 막내딸이 순간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 그런데 언니들 목욕탕에서 왜케 쓰러지고 그래??" "뜨거운 물에서 나오면 갑자기 어지러울 수도 있거든" "난 안 그런데?" "응 너도 언니처럼 크면 그럴 수도 있어.." '무. 섭. 다..." 엊그제 막내와 단둘이 목욕탕을 갔다. 늘 가면 냉탕에서 지 또래들하고 잘 놀던 녀석이 그날따라 놀지않고 불안한 표정으로 자꾸만 내 주위를 말없이 잠자리마냥 빙빙 돌고 있다. "엄마?" "왜" "덥지?" "응" "찬물 갖다 줄까?" "음.. 그러든가.." 하얀 궁딩이 실룩거리며 찬물 두잔 넙죽 갖다 받친다. 별로 먹고싶진 않았는데.. 마셨다. 녀석이.. 나를.. 물 멕였다...것두 두잔..따블로..--; "엄마" "...음.." "어지러워?" "........아니?" "있다가.. 나올때 조심해서 나와~" "........왜?" "엄마도 언니처럼 쓰러지면 어떻게 해.." "알았어..걱정마~^^"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던지 냉탕에서 쪼르르 달려가 놀고 있다. 아마두 내가 지언니들처럼 알몸으로 훌러덩 넘어지면 쪽팔릴까봐 무쟈게 걱정 되는가 보다..ㅎㅎ 그리곤 잠시 후 자리로 가려고 온탕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는데 순간 냉탕에서 놀던 딸이 나를 보자 잽싸게 후다닥 달려오더니 무슨 꼬부랑 할머니 부축하듯 내팔을 꼭 부여 잡고 하는 말.. "엄마! 천천히.. 천천히.. 조심해서 걸어.." (아띠~야가 쪽팔리게 뭐하는 짓이래~) "얌마~너 정말 왜 그러는거야~" "엄마도 쓰러질까봐 그러지~..." 순간 장난끼가 발동한 나.. "어..머..나...." "왜그러는데?" "...어.지.럽.다..." "어지러?? 엄마 얼른 여기 누워!!.." 순간 옆에 있는 의자에 나를 눞히려고 애쓰는데 속으로 어찌나 우습던지... 딸 앞에서 어리광부리는거 생각보다 재밌었다.ㅋㅋ "엄마~ 아직도 어지러?" 가재눈으로 녀석의 걱정스런 모습 훔쳐보며 말했다. "으흠......쬐..금 ..."ㅡ,-+ 그러자 녀석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다리며 팔이며 마구 주무르는데 우하하~~ 재밌어라... 난.. 그제서야 알았다. 늙으면 엄살이 심해지는 이유를.. 바로.. 요런 재미라는 걸 말야...훗~^^* *뜨거운 온탕에서 나올 때는 조심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