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옥이네 집도 묵은 나물에 신 김치 그리고 배추국 콩나물이 다지만 동생 셋에 엄마 그리고 옥이 거기다 낮에 온 그 남학생까지 동그란 상에 머리가 까맣게 모이고 엥그렁 뎅그렁 숟가락 소리에 음식 넘기는 소리까지 정말 폭풍의 바다 같다
헌데 옥이가 웬일인지 얌전하다
숟가락도 천천히 하고 씹는것도 입을 오므리고 오물오물 거리고 다리도 저리지만 그래도 참고 옆으로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앉아 먹는다
흘금 흘금 처다보는 그남학생때문에 물도 달라 소리 못한다
근데 그 학생은 잘도 먹는다
웃기도 잘하고 밥도 푸짐히 먹는다
콩나물 을 밥에 척 얹어서 지집인양 먹는다
그래도 웃을땐 언제나 옥이를 처다보고 웃는다
눈이 마주칠때마다 옥이는 얼른 밥을 삼켜버린다
어떻게 뭘 먹었는지 정신이 나지 않는다
설거지를 하려는데 그 남학생이 부엌으로 들어온다
'저기요 설거지 도와주려고 왔거든요 제가 물 길어 올까요?아니면 내가 그릇을 닦을까요? 뭐든지 할께요 같이 해요 밥도 얻어 먹엇는데 "
"아니... 갠찮은데요 혼자 해도 되요 그저 숟가락 하나와 밥 공기 하난걸요"
겨우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지만 옥이 내심 그 남학생 하고 같이 햇음 싶다
남학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얼른 찌그러진 양동이를 들고 펌프있는곳으로 간다
옥이가 부엌에서 보고 웃는다
그 학생도 보고 같이 웃는다
옥인 숨도 안차고 두근거리지도 않고 정신도 아무렇지 않다
설거지가 끝날무렵 해는지고 그 학생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옥이도 안방에 들어왔지만 자꾸만 그 방이 생각나서 테레비 소리도 줄이고 동생들 웃는소리에 그만 소리를 냅다 지른다
"조용히 해 얼른 자 넌 숙제도 없어 응? 야 명숙아 너 이불펴 얼른 낼 학교 안갈거야? "
"언니 왜 그래 맨날 이렇게 놀았는데 그치 오빠?"
"그래 언니 왜그래 같이 놀았는데 오늘은 왜 그러지 아까밥도 쪼~금 먹는것 같던데 그치 옥주야 "
"난 몰라 "
막내가 웃으며 말한다
엄마도 아무 신경 안쓴다
속으로 엄마가 눈치 못챈걸 옥인 다행이다 싶다
무슨 도둑질이나 한것처럼 자꾸만 숨기고싶고 몰래 알아보고싶고 자꾸 생각나고 옆방에 그 남자 애가 보고싶다 그리고 궁금하다 조용한것이 뭘 하는건지 애인이 있는건지 학교 가면 여자 애들이 많을텐데 나 같은건 생각조차 안할텐데 하는생각에 속이 상한다
온~귀와 신경이 건넌방에 쏠린다
옥인 그 날밤 처음으로 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