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편하면 마음도 편할줄 알았는데
내 할일 다했다 생각하고 휑하니 발길 돌려
뒤도 않보고 종종 걸음 쳤었는데
헛..이런 낭패가 있나.
딸아이 귀빠진 날이라
매냥 일어나는 시간이 오늘은 좀 더 바빠졌고
부지런히 손놀려 미역국 끓이고 장조림 하고 생선 굽고
거울 볼 시간 조차 없어 내 얼굴 어딘가에
초대 받지 않은 손님 떡하니 자리 차지 한줄 몰랐네.
단지 입술위가 묵직하니 거북스러운거 외엔
출근 시간이 좀 빠른 월욜아침이라
서둘러 신랑 먼저 챙겨 보내려
왔다갔다 비껴가다 마주친 신랑 화들짝 놀래며
"입술이 왜그래?"
"헛..이 무슨일이래?"
다른해 보다 몸이 편해서
내 할일은 다했다 마음도 편할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보다.
마음 한귀퉁이 영 찜찜하게 거슬리던게
내 몸뚱아리 전체를 뒤흔들었나보다.
코밑 아니지..입술 위지..
더 정확히 표현 하자면 인중이네..
흉하게 툭툭 불거져 있는 수포들..
어찌나 크게 자리 잡았는지 윗입술 까지 한쪽으로 모양이 일그러져 있다.
신경이 쓰였다.
혼자서 동동 거리며 손님 맞았을 시누가
아니지..옆동 사는 세째시누가 있었지..
내가 할일 빼앗겨서 그런가?
헉..이건 무슨 컴플렉슨가?
몇년 발길 딱 끊고 내 자리 포기하려 했었는데
그 몇년사이 혼자된 아버님이 갑자기 딱해 보였고
사춘기 시절 차가운 계모 밑에서 가족간의 정 못느끼고 제각각 살았을
시누들도 안돼 보였고
어머님 살아계실제 맏며느리 끼어들 틈조차 않주던 동서
갑자기 홀로되어 두어린 남매 돌보는 것도 가슴 아팠다..
어느날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듯
그들 모두를 쓸어내고 내가 있었고, 이전에 가슴 아팠던 모든게
단지 그때 벌어진 그 상황으로 모든게 용서가 되었다.
나 혼자..
손님이 얼마나 왔을려나?
아끼는 그릇 광나게 닦아내느라 더 힘들었겠군
그래도 내가 힘드는게 마음은 더 편했을텐데
이게 무슨 기분이래..
화장실 갔다와서 밑 깨끗이 닦아내지 못한 찜찜함
맞다..꼭 그 느낌이네..
아무래도 내게는 맏며느리 컴플렉스가 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주둥이 이렇게 못나게 툭 불거질수가 있나..
아이 데리고 좋아하는 스테이크도 먹이러 가야하고
찜해 놨던 청자켓도 사러 가야 하는데
이 꼴을 해가지고 어딜 나가나..
헛헛헛..
낭패로고...